[집사부 과학책 읽기④] 물리학 방정식이 아름답다고? 짜증 나!

  • 2019-05-22
  • 글: 집사부


집사부 과학책 읽기코너는 놓고 안 읽은 담스러운 과학책 읽기를 줄인 말로 예능 프로그램 이름을 빗대었다. 글의 구성도 무협영화 줄거리처럼 원한고난수련복수, 라는 패턴을 차용하여 과학책을 읽고 정리한다(글쓴이 집사부 붙임)
  
 
저자: 브뤼노 망슬리에 / 역자 김아애 / ()출판사 클
 
[아름답고 우아한 물리학 방정식]을 읽고

1: 원한
 
우선, 집사부 필자는 고백합니다. 수학을 잘 하지는 못했다고(하는 게 못한다는 표현보다는..) 말입니다. 요새는 이를 전문 용어로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라고 부릅니다. 피부 표면에 생기는 수포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수학을 못하는 일이 마치 무슨 병에 걸린 것처럼 말하는 듯합니다. (?)’을 치료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열심히 공부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바로 수학입니다. 수학을 잘 하는 머리가 따로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오히려, 수학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좌절의 맛을 보았던 이 땅의 수많은 수험생에게 위로의 말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과학의 언어라 불리는 수학은 그런 학문입니다.
 
그 수학 시간에 수없이 들었던 것이 바로 방정식이라는 녀석입니다. 수학 선생님이 마치 필살기로 사용했던 방정식을 통하면 희한하게도 그 어렵던 문제도 뚝딱 를 토해 놓곤 했죠. 똑같은 방정식을 사용해도 누구나 다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해도 말입니다.
 
방정식(equation)의 사전적 정의는 미지수가 포함된 식에서, 그 미지수에 특정한 값을 주었을 때만 성립하는 등식을 말합니다. 더구나 물리학 방정식에서는 수와 특수한 문자들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뉴턴의 운동법칙, 훅의 법칙, 맥스웰 방정식, 슈뢰딩거 방정식 등 방정식을 만든 수학자들의 이름 뒤에는 온갖 외계어가 난무합니다. 그래서인지 서점 과학책 코너에서 발견한 이 아름답고 우아한 물리학 방정식이라는 책을 보자마자 짜증과 함께 호기심이 밀려왔습니다.
 
물리학 방정식이 아름답다니!, 심지어 우아하다니!”
 
누군가에게는 지옥과 같은 숫자와 문자의 나열이 아름답고 우아하게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질투심마저 일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원서의 제목은 이 번역본의 부제로 쓰인 세상을 이해하는 15가지 법칙들(All of Physics (Almost) in 15 Equations)에 가까웠습니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출판사가 붙였을 이 제목은 전혀 엉뚱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책의 저자가 각 방정식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아름답다’ ‘우아하다라는 말을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아름답다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즐거움과 기쁨을 줄 만큼 예쁘고 곱다라는 말인데 문학에서나 쓸 법한 이 아름다운 말이, 어떻게 그 딱딱한 물리학 방정식과 등식(=)을 이루는지 괜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물론 물리학 방정식을 설명하는 이 책이 비교적 사이즈도 작고 페이지도 많지 않았다는 점도 호기심을 끄는데 한 몫 했습니다.
 
2: 고난
 
저자인 브뤼노 망슬리에(Bruno Mansoulié)는 프롤로그 첫 문장에서도 밝혔지만 입자물리학 연구자입니다. 입자물리학(particle physics)은 우리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궁극적인 물질과 법칙에 대해 연구하는 물리학의 한 분야로 모든 학문 분야 중에서 가장 작은 세계를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그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거대강입자가속기(LHC)의 검출기 중 하나인 아틀라스(ATLAS) 실험을 담당하고 있으며, 힉스 보손 입자 발견 실험에도 참여했습니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프랑스 원자력 및 대체에너지 위원회(CEA)에서 연구 책임자로 일한 경력이 있습니다.
 
저자도 방정식이라는 수식이 주는 부담감을 의식했는지, 서문에서 가능한 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방정식과 화해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물리학자가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얘기합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시선과 물리법칙 또는 방정식으로 생겨난 시선이라는 것.
 

 
마침 전에 보았던 재미난 광고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거대한 수족관 풍경을 배경으로 여자가 용기내어 남자에게 고백합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래. 내 인생의 방향도 이제 너를 향해볼까”, 이렇게 말하는 여자 앞에서 백기를 들지 않을 남자가 있을까요. 로맨틱한 배경음악은 극에 달하고, 이윽고 (공대생인 듯한) 남자가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 돌연 진지한 태도로 바꿉니다.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속도는 벡터값이라 이미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어. 이해가 돼. 그때는 스칼라 값인 속력이라고 표현해야 돼. 알았지라고.
 
우리가 무지개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물리학자들도 똑같이 느끼지만, 물리학자들은 곧이어 빛의 전파와 빛의 물리적 성질 같은 빛에 관한 이론적 실제적 지식이 무지개를 바라보는 시선 뒤로 소리 없이 펼쳐진다고 합니다. 물리학자도 분위기를 깨지 않고 멋진 프로포즈를 주고받을 수 있지만, 그 뒤에 숨겨진 자연의 원리를 탐구하는 정신은 잊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혔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물리학에 관한 방정식을 안다 하더라도 무지개를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은 전혀 좁혀지지 않으며 방정식을 알면 무지개의 아름다움을 오히려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라고요.

이러한 관점으로 책을 쓴 저자는 그 수많은 방정식 중에서 역사적인 진전이나 진정한 과학적 혁명에 관련한 이야기를 담은 방정식을 택합니다. 저자는 빛, 물질, 열 등과 관련된 어떤 현상이나 어떤 세계에 대한 견해를 드러낸 방정식부터 선보입니다. “수학이 물리학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물리법칙들은 수학 공식처럼 표현되는데, 그런 측면에서 초반에 살펴볼 빛의 반사 법칙과 굴절 법칙 등은 한 분야에 국한된 것처럼 범위가 작은 방정식으로 느껴질지 모른다.” 작은 방정식(?)으로 시작한 책은 점점 범위가 확장되어 우주를 겨냥한 큰 방정식으로 나아갑니다.

3: 수련
 
이와 같은 저자의 저술 방향에 따라, 책의 1장이 유클리드가 기원전 3세기에 세운 방정식, 빛의 반사 법칙(θr = -θi)으로 시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이 방정식은 광선이 호수 표면이나 거울 등의 반사면에 도달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설명하는 것으로, 저자의 말마따나 반사가 무엇인지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발전을 보여줍니다. 물체가 물에 비친 모습을 설명할 수 있으며’, 이것이 나머지 부분인 반사된 물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데 이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다라는 개념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저자는 이 때를 과학적 사고가 무엇인지 처음으로 깨달은 순간 중 하나라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또한 광선이 반사되지 않을 때 투명한 매질에서 또 다른 투명한 매질로 이동하는 광선에 어떤 일이 생기는지 설명하는 굴절의 법칙(n2 sin θr = n1 sin θi)이 소개됩니다. 굴절의 법칙은 쉽게 늪지에 막힌 막대기 끊어진 것처럼 보이고 수영장에 잠긴 쭈글쭈글한 자신의 하반신을 떠올리면 됩니다. 굴절의 법칙이 나중에 매우 보편적이고 강력한 물리학 법칙인 최소 작용의 원리로 어떻게 이어지게 됐는지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공식 하나가 기여하는 과학 발전의 일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최소 작용의 원리는 현대과학의 한 축인 양자역학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게 됨). 자연은 항상 가장 짧고 가장 용이한 길을 따라 작용하기를 바란다는 원리를 방정식 하나로 설명한 셈이다.
 
그래도 뉴턴의 역학 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익숙한(?) 방정식입니다. 힘이란 질량에 가속도를 곱한 값(F = m γ)이라는 유명한 공식에서 저자는 인간이 신에게서 그 광휘를 조금 걷어낸성과라고 역사적 의미를 부여합니다. 흔히 F = ma라고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저자는 학창시절에 ‘a’보다 먼저 γ(감마)라고 배웠다며, 그리스어 문자가 주는 무게감 때문에 바뀐 것 같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어떤 물리변수, 어떤 개념을 명확하고 강력한 방식으로 나타내는 γ가 기호들의 기호라고 남다른 애정을 숨기지 않습니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뉴턴의 사과로 유명한 공식입니다. 하지만 천체의 운동과 지구의 중력을 처음으로 연관시킨 이 기념비적인 사건에 저자는 한 번도 마음이 끌린 적이 없다고 단언합니다. 물리학자인 저자가 이 방정식을 한 번도 좋아해 본 적이 없다고 이유를 말하는 대목도 흥미롭습니다.
 
좀 더 한걸음 들어가면, 우리 주변의 공기를 비롯해 여러 기체의 반응을 기술한 이상기체 법칙(PV = nRT)’은 자전거펌프, 압력솥 등의 원리를 설명하고, 금속 조각의 진폭은 잡아당기는 힘에 비례한다는 훅의 법칙(F = kX)은 에펠탑을 짓는데 철근을 어떻게 배열하고 선택해야 하는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 이름도 낮선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에 이르면 저자는 이를 두고, 단언컨대 미학적 관점에서 논의의 여지없이 아름다운방정식이라고 칭합니다. 점성을 가진 유체에 대한 일반적인 운동방정식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클로드 루이 나비에조지 가브리엘 스토크스가 처음 소개하였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유체의 비점성(invisid) 흐름을 다루는 미분방정식인 오일러 방정식을 확장한 것이라고 한다네요(에서 끝내겠습니다ㅠㅠ). 한마디로 이는 기본적으로 유체를 대상으로 F=ma를 해석한 방정식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저자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 어려울 것 같은 느낌과 그리스 문자들, 난해한 나블라 연산자에도 불구하고, 방정식을 풀어보면 그 기저에 감춰진 물리학은 간단하다고 말합니다. 유체역학 때문에 비행가를 조종해도 위험한 사고가 날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저자는 독자에게 또 쉽게 한발 다가갑니다.

결국 방정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
방정식의 기저에 감춰진 기초물리학일까.
아니면 유체역학의 응용 분야가 가진 강력함과 그 범위일까.”

방정식은 갈수록 난해해지고 낯설어지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방정식 이야기도 점점 흥미로워집니다. 빛 역시 전자기파의 하나임을 증명한 맥스웰 방정식에서 그 강력함과 아름다움에 놀라고(심지어 우아하기까지 극찬한다), 최근 블랙홀 사진으로 다시금 그 진가를 인정받은 일반 상대성 이론(E=mc2)과 필자가 보기만 해도 전율한다는 디랙 방정식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고양이 가상실험으로 유명한 슈뢰딩거 방정식과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양자역학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 파인먼 다이어그램과 표준모형까지 구경(?)한다면 수학을 오랜 만에 가까이 한 독자는 머리가 좀 얼얼할지도 모릅니다.

 

  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 (사진: 네이버 영화)


4:
 
수학 영화를 하나 소개하고 끝을 맺는 게, 왜 저자가 물리학 방정식이 아름답다고 말했는지에 대한 해답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수학 영화는 일본 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2006)를 말합니다. 교통사고로 기억을 80분 밖에 저장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세상의 모든 것을 숫자로 풀이하는 수학 박사입니다. 수학을 통해 소통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인데,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소통의 방법이 수학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영화 제목이자, 영화에 나오는 방정식의 주인공은 바로 오일러 공식(eiπ + 1 = 0)입니다. 레온하르트 오일러(Leonhard Euler)1707년에 스위스 바젤에서 태어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천문학자입니다. 앞서 여러 방정식을 소개할 때 잠깐 이름이 등장했죠. 이 오일러 공식은 수학자들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방정식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오일러 공식을 아름답다고 했을까요?
 
무한급수에 흥미를 갖고 연구를 시작한 오일러는 무한급수를 이용해 원주율 π를 나타낼 수 있음을 발견합니다. 급기야 그동안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지수함수와 삼각함수가 복소수 세계에서는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런 사고의 확장은 결국 현존하는 모든 수, 기호(자연상수 e, 허수단위 i, 원주율 π, 숫자 01 그리고 지수연산, 곱셈연산, 덧셈연산, 등호연산 등 4가지 연산 등이 등장함)의 합이 제로(0)가 된다는 것에 이르게 됩니다. 이 과정은 영화에 나오는 루트(정수리가 평평하다고 해서 박사가 어릴적에 루트라는 별명을 지어줍니다)의 말을 정리하여 옮겨 보겠습니다.
 
π는 원주율, i-1의 제곱근으로서 허수입니다. 우주의 끝에서 끝까지 계속되는 수 π와 결코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허수(i). 문제는 바로 자연 상수 e. 이 상수 e를 계산해 보면 그 값은, 2.7182818284.... 이건 π와 같아요. 한없이 계속되는 무리수입니다. 무한한 우주로부터 π가 이 e의 품으로 내려앉고, 부끄럼쟁이 i와 악수를 합니다. ei도 π도 결코 연관성이 없었죠. 하지만 한 사람의 인간이 여기에 ‘+1’를 하면 세상은 바뀝니다. [eiπ + 1 = 0] 
이처럼 모순되는 것들이 통일이 되어 제로(0), ‘()’ 로 끌어 앉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18세기 최고의 수학자 오일러가 만든 오일러 공식입니다. 그는 무관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수의 사이에서 자연스런 연결성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건 어둠 속에 빛나는 한 줄기 아름다운 유성과 같죠. 이것이 박사님이 사랑한 수식입니다.”
 
루트는 마저 설명합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 하나의 아름다움, 들에 핀 한 송이 꽃의 아름다움을 설명하기 어려운 것처럼, 이 수식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것도 어렵다고. 하지만 박사님에게 그것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우게 됩니다. 직감을 갈고 닦아서 풍부한 감성을 키우면 이 아름다움은 반드시 느낄 수 있다고, 그렇기 위해서라도 수학에 애정을 갖고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이죠. 어떻게 좀 어렴풋이 방정식의 아름다움이 느껴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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