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의 숨결과 공기 분자, 물 분자

  • 2018-06-07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이순신 장군과 함께 숨 쉬듯, 같은 물 마시는 과학적 근거



꼭, 6월이라 그런 건 아니다. 이순신 장군이 생각난 것은. 

6월이면 생각나는 것이 뭐냐고 주위에 물어보니, 대부분 잠시 머뭇거리다 ‘현충일’을 떠올렸다. 빨간 날(공휴일)이라 그랬다는 것은 둘째 문제이다. 그 날이면 한번쯤 ‘순국선열의 혼과 숨결’을 느끼면서 묵념을 한다.   

정작 ‘순국선열의 숨결’이라는 대목에서 충무공이 생각났다. ‘이순신 장군의 숨결’을 실제로 느낄 수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KAIST의 정재승 박사 이야기다. 통영으로 여행을 간 출연자 중의 한 명이었던 정재승 박사는 이순신의 숨결 이야기로, 통영과의 인연을 풀어냈다.
 

요는 이렇다. 고등학교 때 통영으로 수학여행을 온 정재승과 친구들에게 물리 선생님이 이순신의 숨결을 한번 느껴보라고 말했단다. 통영에는 삼도수군통제영을 비롯하여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유적이 많기에 선생님은 장군의 애국심을 떠올려보라는 의미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정재승과 친구들은 선생님의 의도를 엉뚱(?)하게 받아들였다. 400년 전에 이 땅에 살았던 이순신 장군의 숨결을 느끼는 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라고. 인간이 한번 숨 쉴 때, 500ml 우유팩 하나 만큼의 공기를 내뱉는다. 보통 4~5초에 한번 숨을 쉰다고 했을 때, 1년에 800만 번의 숨을 쉬는데 들이마시는 숨을 다 합치면 2억 리터, 무게로 따지면 250,000kg라고 계산했단다. 이렇게 따지면 하루에 마시는 공기의 무게가 13kg인데 이 공기가 지구 대류권에 딱 흩어져 있으며 지난 400년 간 균일하게 분포해 있다고 가정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순신이 53년 동안 내쉰 공기가 수 억 톤이기 때문에, 그것이 대기 중으로 균일하게 흩어진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 공기를 다시 흡입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계산한 것이다. 이를테면 공기분자와 관련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지구 대기를 전부 들이마시려고 숨을 쉬는 양보다 우리가 한번 내뱉은 숨에 들어있는 공기 분자의 개수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환경이 일정하다는 전제 조건이 뒤따라야 하지만 매우 흥미로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공기 분자가 그렇다면, 물 분자는?

공기 분자로 이렇게 설명이 가능하다면, 물 분자로도 같은 이야기가 성립된다. 물 한잔을 마신다고 하자. 어쩌면 이 물 한잔에 이순신 장군이 마셨던(내뱉었던) 물이 담겨있을 수 있다. 설명은 이렇다. 한 컵의 물에 들어 있는 물 분자의 수가 오대양 물을 전부 나눠 담은 컵의 수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사람 한 명이 하루에 마신 물 한 잔이 결국은 오대양으로 흘러들어가 바닷물과 섞이게 마련인데, 바닷물 한 잔마다 내 몸을 거쳐나간 한 잔의 물에 들어 있었던 물 ‘분자’가 섞여 있을 것이다. 

바닷물 한 잔마다 내 몸을 거쳐 나간 물 분자가 1,500개 이상 들어 있다고 한다면, 분자 수준에서 내가 방금 마신 물 한 컵에 이순신 장군이 마셨던 물 분자가 들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장군이 마셨던 물을 내가 마시는 격이다. 장군의 숨결을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6월이라, 꼭 그런 건 아니다. 나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위인(선열이거나)과 함께 숨 쉬고, 마시고 있다고 한다면 이 세상엔 나와 남이 따로 있지 않다. 공기 분자 하나, 물 분자 하나가 일으킨 생각지곤 꽤 근사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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