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인슈테크 열풍
  • 2016-06-30
  • 김영학 기자, yhk@elec4.co.kr

최근 해외에서는 인슈테크(InsuTech; Insurance + Technology)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ICT가 보험과 접목되면서 수많은 스타트업을 탄생시키고 있고, 투자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생소할 수도 있지만, 최근 해외에서는 인슈테크(InsuTech; Insurance + Tech)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미국 투자전문 조사기관인 CB Insights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등을 중심으로 420여 개의 ICT와 결합한 보험 스타트업이 등장한 상황이고, 2015년에 이들에게 투자된 금액만 26억 5,000만 달러였다. 2014년이 7억 4,000만 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1년 사이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지금까지 보험업계의 기본적인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지난 300년간의 역사 속에서 성장한 보험회사들, 특히 포춘 500대 기업 안에 속한 46개 보험사의 평균 지속연수가 95년이나 된다는 점이 이를 대변해주고 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인슈테크의 등장은 최근의 보험산업에 유례없는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으로 대표되는 ICT 가 결제시장에 이어 보험산업까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기존의 보험은 확률통계에 의존해 위험을 계산·분석한 후,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동일한 보험요율을 적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험과 기술의 접목으로 보험이 상품의 개념에서 서비스의 개념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가장 일반화된 변화는 그 동안 서류로만 확인했던 각종 보험 관련 세부사항들을 모바일로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고, 예상 납입금과 보상금 역시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점이다. 또한 장기 계약 위주의 보험도 다변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사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고객 요구를 반영해 나아 간다는 측면에서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당연함을 넘어 보업 산업의 틀 자체가 바뀌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인슈테크다. 인슈테크의 등장은 기존의 일괄적 보험료 책정 방식을 탈피하는데, 구체적으로 운동량, 생활습관, 운전습관 등 개인 정보를 수집해 보험 가입자의 행태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지급하는 시대의 개막을 알리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보험의 경우, 7년간 안전운전을 습관화했거나 무사고를 기록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접촉사고, 끼어들기, 신호위반, 다수의 사고기록을 지닌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 같은 보험료 기준을 적용한다면 전자에 해당하는 보험 가입자 입장에서 보험료는 낭비로 비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슈테크의 등장은 올바른 습관을 익힌 이들에게 매우 환영할만한 시대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
보험 투자 조사 기관인 CB Insights에 따르면, 인슈테크 스타트업이 다루는 영역은 생명/연금보험, 자동차보험, P2P보험, 중소기업보험, 보험산업 소프트웨어/분석/IaaS, 모바일 보험 관리, 생산물보험, 주택보험, 공유경제, 건강보험, 펫보험 등이다. 즉 전통적인 보험사가 영위하던 사업 영역에 모두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 인슈테크의 가장 큰 특징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보험의 융합
2015년 구글캐피탈이 3,250만 달러를 오스카 헬스 인슈어런스(Oscar Health Insurance, 이하 오스카 헬스)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오스카 헬스의 기업가치는 약 2조 1,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의료비용을 공개하고 복잡한 미국의 의료비 및 보험료 산정방식을 이해하기 쉽게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만들어 배포하는 등 보험업계의 판도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오스카 헬스의 주 고객은 대부분 개인 가입자로, 이들이 지불하는 연 평균 보험료는 약 60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오스카 헬스는 보험 가입자에게 손목형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Misfit’을 제공하고 있는데, 가입자는 Misfit을 착용하고 목표 걸음수를 달성하게 되면 하루에 1달러씩 월 최대 20달러의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 이 서비스로 오스카 헬스는 뉴욕과 뉴저지 지역에서 4만여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으며, 올해는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나아가 구글에서 노바티스와 함께 공동 개발 중인 스마트 콘택트렌즈(본지 6월호, Inside Market 참고)나 텍스컴과 개발 중인 혈당 측정기 등이 상용화되면 오스카 헬스를 파트너 보험사로 선택할 수도 있어, 향후 성장세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한 만큼 보험료 낸다
이용량 기반의 보험(UBI; Usage Based Insurance)을 판매하는 회사도 등장하고 있다. 기존 보험은 계약 기간 내에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보상한다는 개념이 적용됐기 때문에 계약기간과 이용기간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다. 이용시간이 짧은 보험일수록 소비자는 손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반면 UBI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 가입자가 자동차를 운전한 만큼만 보험료를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척으로 운전거리가 짧거나 운전횟수가 적은 이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상품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메트로마일(Metromile)이다. 메트로마일은 마일리지 기반의 ‘Pay As You Go’ 모델을 채용하고 있는데, 이는 저렴한 월 단위의 기본요금에 주행거리만큼 일정 단위의 비용을 받는 모델이다. 보험 가입자의 주행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GSP 텔레매틱스 기반의 디바이스를 차량에 장착하도록 하는데, 메트로마일은 이를 통해 운전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내 운전 습관이 보험료 결정한다
운전 습관까지 추적해 보험료를 산정하는 상품도 등장하고 있는데, 텔레매틱스(Telematics) 디바이스를 통해 주행거리, 주행 중 평균속도, 최고속도, 주행시간, 야간운전 시간, 주행도로, 주행습관 등 운전자의 주행과 관련한 다양한 자료를 취합해 적정 보험료를 산출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와 올스테이트(Allstate) 등이다.
프로그레시브는 고객의 자동차에 장착한 텔레매틱스 기기로 운전습관을 진단해 위험도에 따라 최대 30 %까지 보험료를 할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15년간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행거리, 급가속, 급제동, 급커브, 야간운전이 사고 위험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험료 산정에 반영했다.
운전습관을 보험 상품화하는 시도는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동부화재의 경우 T맵을 통해 운전자가 안전운전을 하는 것이 증명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상품을 내놓았다. 메리츠화재는 KT와의 제휴를 통해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 KT는 ICT 기반의 차량운행기록(OBD) 장치를 통해 실시간 운행정보를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한 후 빅데이터 기술이 적용된 분석 플랫폼에서 운전자 운행 패턴을 분석하게 된다. 그리고 메리츠화재는 KT가 분석한 운행 패턴 정보를 토대로 최신 분석기법을 도입해 보험료를 산정한다.
현대해상도 현대자동차에 장착된 블루링크와 기아자동차의 유보 등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활용해 운행정보를 수집 및 자동화한 후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하이카 블루링크·유보 차보험’을 출시했다. 한편 알리안츠생명은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측정된 기록을 바탕으로 일정 금액을 환급해주는 ‘올라잇 페이백’ 서비스를 선보였다.
자동차 보험뿐만 아니라 민간 의료보험이나 상해보험에서도 인슈테크를 활용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보험사인 존행콕(John Hancock)은 가입자가 운동 추적을 할 수 있는 핏비트(Fitbit)를 사용해 생명보험료를 최대 15 %까지 할인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생명보험과 건강 관련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바이탈리티와 협력해 진행했다. 일상적 운동, 건강검진, 금연 등을 하면 점수를 받게 되는데, 예를 들어 신체 활동 30점, 치과검진 200점, 독감 예방 접종 400점, 운동 관련 행사 참여 500점 등이 부여된다. 이 점수에 따라 할인율이 책정되며, 이 점수는 기프트 카드 구입, 호텔이나 항공 할인 등에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IoT와 접목으로 손해보험 분야에서도 변화가 보이고 있다. 에너지 관리, 시큐리티 등 홈 IoT 상품으로 화재나 도난 등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보험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NEST)는 연기감지기인 네스트 프로텍트(Nest Protect)를 출시, 주택 내 화재 발생률 및 화재 시 손해의 최소화 측면에서 보험업계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 리버티 뮤추얼(Liberty Mutual), 아메리칸 팹밀리 보험사(American Family Insurance) 등에서는 보험 가입자가 네스트 프로텍트를 설치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준다.
무인자동차 보험 상품도 등장
무인자동차와 드론도 보험업계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이다. 호주의 주리히(Zurich)는 이미 무인자동차와 관련한 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또한 드론 시장이 본격화됨에 따라 관련한 보험 상품 역시 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국의 드론 전문업체인 DJI는 ‘DJI 케어보장플랜’을 출시, 드론 본체, 짐발, 카메라 등에 관해 보장하며 사고 발생 시 수리비 및 관련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18세기 이후 영국을 중심으로 생명보험과 화재보험 등 다양한 보험이 개발됐고, 확률통계를 통해 리스크를 예측하고 신디케이트(공동 인수)나 재보험과 같은 리스크 분산 제도도 등장했다. 즉 18세기나 최근의 보험이나 큰 변화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제 보험업계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의 여파를 피할 수 없다. ICT와 금융의 융합으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의 확산은 현재 금융업계에 위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 금융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이 위기를 발판으로 삼아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마련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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