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포린, 꿈의 신소재 가능성 열어
밴드갭 없는 그래핀 결함 극복, 정교한 설계·최적화 기대
  • 2015-09-07
  • 김언한 기자, unhankim@elec4.co.kr



국내 연구진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에 버금가고 오히려 그 단점을 극복할 만한 물성을 새로운 2차원 반도체 물질 포스포린에서 찾아냈다.

포스포린(phosphorene)은 인(P) 원자로 된 흑린(black phosphorus)의 표면 몇 개 층을 떼어낸 2차원 물질이다.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수준인 0.5 nm 두께의 박막구조가 특징이다. 이외에도 그래핀과 유사한 육각 벌집 형태의 원자 배열을 가지고 있으나, 변형이 어려운 그래핀과 달리 규칙적인 주름이 잡혀있기에 외부압력이나 전기장에 의해 물성제어가 쉽다.

그래핀은 철(鐵)보다 강하고, 구리보다 전류가 잘 흐르는 뛰어난 물성 때문에 꿈의 신소재로 각광받아왔다. 하지만 밴드갭이 없어서 전기적 신호에 의해 전류의 흐름을 통제하기 어려워 차세대 반도체 소자로 활용하는 데 결함이 제기돼왔다.

밴드갭(Bandgap)은 물질의 고유한 물리량으로서 전자가 채워진 부분과 채워지지 않은 부분 사이에 전자가 존재할 수 없는 에너지 간극에 해당한다. 쉽게 설명하면, 전자의 이동이 전류가 되는데 이러한 전자의 이동을 가로막는 장벽의 높이에 비유할 수 있다. 밴드갭이 없다는 것, 즉 밴드갭 값이 0에 가까울수록 전류가 쉽게 흐르게 된다. 반도체 소자의 소재로 쓰이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밴드갭이 존재해야 한다.

연구진은 포스포린의 표면에 칼륨원자를 흡착시켜, 수직 방향으로 전기장을 만들고, 그 결과 포스포린의 전자배치에 영향을 미쳐 밴드갭에 폭넓은 변화(밴드갭 값 0 ~ 0.6)를 주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포스포린의 밴드갭이 0이 될 때는 그래핀처럼 준도체적 상태가 되면서 전도성이 그래핀과 비슷한 수준에 이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로써 원자 한 겹 두께의 고성능, 초소형 반도체 소자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구진은 “그래핀 상용화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밴드갭을 만들려는 접근법과는 반대로 포스포린처럼 이미 밴드갭을 갖고 있는 2차원 반도체의 밴드갭을 조작해 그래핀의 우수한 물성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며 연구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또 “2차원 반도체의 상업성 타진과 몇 가지 기술적 과제의 해결에 수 년 정도의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실용화되기 위해선 밴드갭 제어원리를 전계효과 트랜지스터에 적용하는 것과 대면적 포스포린 합성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선행돼야함을 언급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산하 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 원자제어저차원전자계연구단(단장 염한웅)의 김근수 교수(기초과학연구원 학연교수, 포스텍 물리학과) 연구팀이 연세대 최형준, 이연진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했다.

김근수 교수는 “그래핀 상용화의 고질적 문제점인 밴드갭을 해결하고, 그래핀의 장점만을 취한 것으로 2차원 반도체 물질연구의 중심이 그래핀에서 포스포린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지(誌)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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