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마주한 드론, 軍에서 민간영역으로
  • 2015-06-05
  • 김언한 기자, unhankim@elec4.co.kr



군사적 목적으로 시작돼 발전해 온 드론이 민간영역으로 확대될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휴대성과 이착륙의 용이함을 무기로 내세운 드론 산업은 기업과 대중의 요구와 맞물려 큰 폭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15’는 이례적으로 드론을 위해 독립된 전용관을 마련했다. 드론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이를 위해 별도의 전시장을 마련한 것이다. 1,970평 규모의 대형 드론 전시장엔 다양한 크기의 드론이 전시됐다. 첨단부품이 소형화됨에 따라 크기 면에서 개선이 이뤄졌으며, 가격이 저렴해져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전문가들은 드론이 올해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함에 따라 일반 대중들이 쉽게 드론을 구매하게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올해가 드론 상업화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드론, 한 마디로 정의 어려워
드론(Drone)은 조종사 없이 무선전파의 유도에 의해 비행과 조종이 가능한 비행기 혹은 헬리콥터 모양의 군사용 무인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 UAV)의 총칭이다. 최근엔 여러 개의 프로펠러로 비행하는 전동회전익 멀티콥터를 주로 일컫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동력을 갖추고 있지만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으며, 항공역학을 이용해 기체의 양력을 얻고, 자율적인 비행과 원격조종이 가능, 폐기 또는 회수가 쉽고 살상 및 비살상 장비를 탑재할 수 있는 항공기로 드론을 정의하고 있다. 일반적으론 비행을 통해 이동 가능하며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사물을 감지할 수 있는 특징을 갖춘 무인항공기로 알려져 있다.

드론은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며 중량, 내구성, 용도, 운용 고도 등을 기준으로 분류된다. 무게 25 g의 초소형 드론에서부터 무게 12,000 kg의 드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40시간 이상의 체공 성능을 지닌 대형 드론도 있다.  

일반적인 드론과는 달리 자연계의 동물이나 식물을 모방한 드론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1년 미(美) 국방부가 군사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는 '나노벌새'다.

나노벌새(Nano-hummingbird)는 에어로바이런먼트(AeroVironment)사가 국방부 지원을 받아 개발한 스파이 로봇이다. 교전 지역에서 정찰 목적으로 개발됐으며, 약 19 g의 무게로 5분에서 11분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최고 속도 시속 18 km로 비행하며, 최장 1 km 떨어진 곳에서 촬영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백팩 항공기, 미니 헬기로 불리는 초소형(Micro) 드론은 저렴한 동시에 가벼운 무게를 장점으로 갖춘 형태의 기체다. 

미국 매사추세츠의 사이피 웍스(CyPhy Works)사가 개발한 ‘포켓 플라이어’(Pocket Flyer)라는 초소형 드론은 17 cm로 제작됐다. 휴대폰보다 조금 큰 크기인 이 드론은 6개의 회전날개로 비행하는 헥사콥터(hexacopter) 형태다. 20분간 연속으로 비행할 수 있으며, 360도 회전 카메라로 무너진 터널이나 붕괴된 건물 속과 같은 곳에 접근·탐색할 수 있는 임무수행능력을 갖췄다. 자연재해 현장에서 생존자 수색이나 테러 현장에서의 인질 위치 파악, 폭발물 검색과 같은 고난이도 임무 수행에 특화된 제품이다.

국경 감시용으로 주로 활용되는 대형 고정익 항공기는 최대 40시간 동안 2만 5,000피트를 비행하며 미국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유인 항공기와 가장 유사한 무인 항공기로, 크기와 비행 거리로 인해 지속적이고 정밀한 감시를 요하는 여러 작업의 수행이 가능하다.


역량 발휘하는 미국 스타트업

미국은 드론 산업의 선두 국가로 보잉, 록히드 마틴 등 주요 항공·방산업체를 내세워 세계 여러 나라 국방부에 고가의 대형 무인기를 생산, 판매해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드론 산업엔 대기업 뿐 아니라 역량있는 스타트업들도 대거 출연하고 있는 추세다. 드론이 소형화, 대중화됨에 따라 미래 먹거리란 사실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IT 잡지 ‘와이어드(Wired)’에서 편집장을 지낸 바 있는 크리스 앤더슨이 2009년 창업한 ‘3D 로보틱스(3D Robotics)’가 미국에서 대표적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이다.

크리스 앤더슨 대표는 “대형 항공업체가 범용 목적의 대형 컴퓨터라면, 우리 회사는 퍼스널 컴퓨터(Personal Computer, PC)”라며 “작은 포유동물이 빠르고 똑똑하게 진화하는 것은 여러 산업에서 목격되는 현상”이라며 드론 관련 스타트업들의 성장에 대해 비유를 통해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드론 스타트업 에어웨어(Airware)는 최근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클라우드까지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산업용 드론 OS(운영체제)인 ‘에어리얼인포메이션플랫폼(Aerial Information Platform)’을 출시했다.

에어웨어의 조나단 다우니(Jonathan Downey) 대표는 “여러 개의 드론을 한 개의 플랫폼에서 관리하길 원하는 산업계 요구로 인해 플랫폼을 출시하게 됐다”며 “다양한 종류 기기와 여러 앱을 동시 지원하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산업용 드론을 제작하는 스카이퓨처스(Sky Futures)는 영국 벤처펀드 MMC벤처스로부터 3,870만 달러(약 424억 원)를 투자받은 것으로 최근 알
려졌다. 유럽 IT 업계가 드론 업계에 투자를 진행한 사례 중 가장 큰 금액이다.


DJI, 드론계의 애플

미국이 특수 목적을 지향하는 세계 드론 산업의 선두주자라면, 중국은 상업용 보급형 드론 제작에서 가장 독보적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가격 경쟁력과 향상된 기술력을 내세워 세계에서 상업용 드론 산업의 선두자리를 고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의 드론 산업을 이끄는 업체는 명실공히 이미 세계 최대 드론 제작업체로 이름을 날린 DJI(다장·大疆)이다.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DJI는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에서 상업용 드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 & Sullivan)에 따르면 DJI은 현재 민간용 드론 시장 점유율 70%를 기록하고 있다.

DJI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프랭크 왕(Frank Wang)이 2006년 홍콩과학기술대학 대학원생 시절 설립한 DJI는 최근 3년 사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2011년 420만 달러였던 매출은 지난해 1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직원 수 역시 대폭 증원됐다. 2011년 90명에서 2012년 330명, 2013년 1,240명, 작년엔 2,800명으로 회사의 덩치와 함께 커졌다.

DJI의 매출 신장을 도운 일등 공신은 2013년 1월 출시된 ‘팬텀(Phantom)’이다. 고화질 카메라를 장착한 이 제품은 쉬운 조작을 장점으로 갖춰, 드론의 대중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게는 약 1.3 kg에 가격은 한화로 100만원을 조금 넘는 가격이다.

팬텀은 익스트림 스포츠의 공중 촬영이나 불꽃 축제 및 나이아가라 폭포 촬영 등에 활용되면서 이용자들을 확보했다. 현재는 영화 제작이나, 농업, 건설업 등에도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DJI 관계자는 “새로운 상품을 제조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동시에 오픈소스 SDK 개발자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해 향후 더 많은 사업에서 드론을 응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5월 7일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DJI가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탈 악셀파트너스(Accel Partners)에서 7,500만 달러(약 811억 원)를 투자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투자로 DJI의 기업 가치는 최소 80억 달러(약 8조 6,500억원)에서 최대 100억 달러(약 10조 8100억 원)에 이르게 됐다.
물류 배송 시험하는 기업들
물류창고에서 드론에 제품을 실어 배달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아마존은 무인기 옥터콥터를 통해 구매 직후 30분 이내에 물건을 배송할 수 있도록 하는 ‘드론 프라임에어’의 실용화를 올해 목표로 추진 중이다.
물류센터반경 16 km 이내에서 최대 5파운드(2.3 kg 정도) 이하의 물건을 배송하는 드론 프라임에어 준비를 위해 아마존은 지난 2013년부터 테스트해왔다. 현재엔 이를 위한 드론 조종사를 모집 중이다.

DHL도 작년 1월 배달 드론을 이용해 독일에서 의약품을 배달하는 시험 비행에 성공한 후, 지난 9월부터 ‘파슬콥터(parcelcopter)’를 활용한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다.

도미노 피자는 2013년 영국에서 ‘도미콥터(DomiCopter)’를 이용해 피자를 배달하는 테스트를 했으며, 구글은 작년 8월 초 구글 무인기 ‘프로젝트 윙(Project Wing)’을 이용해 호주 퀸즐랜드에서 30회의 배달용 무인기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타오바오도 올해 2월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에서 320 g 생강차 한 상자를 배송지 근처에 내려놓으면 택배 기사가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의 드론 택배 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드론 상용화 위한 과제

미국이 상업용 드론의 허용과 함께 드론의 사생활 침해 문제에 대비하고 있다.
FAA(미국 연방항공청)는 상업용 드론이 일반 시민들의 집이나 뒷마당에서 사진, 데이터 수집을 통해 사생활을 침해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관련 규제를 마련 중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작년 7월 사생활 침해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드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드론에는 고성능 카메라와 적외선 센서, 안면인식 기술을 장착할 수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맨해튼에서는 고층 건물에서 띄운 팬텀이 보행자와 부딪혀 이용자가 2,200달러의 벌금을 받은 사례가 있었으며, 2014년 5월 플로리다에선 드론과 항공기 간 충돌사고가 있었다.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작년 4월 유럽 전역에 해당하는 무인 드론 안전 기준을 만드는 데 착수한 상태다. 유럽연합(EU) 역시 민간용 드론의 규제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국토해양부의 경우엔 1999년 2월부터 무인 비행 장치에 관한 안전관리 기준을 항공법에 반영하고 있다. 이후 현재까지 비행장치 신고 및 안전성 인증, 비행계획 승인 제도를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에선 항공법 제23조를 통해 무인비행 장치는 자체 중량이 12 kg 이하이며 엔진 배기량 50 cc 이하의 경우, 스포츠용 무선조종 모형 항공기로 간주된다. 이 경우엔 신고없이 비행이 가능하며, 이 기준을 초과하는 무인 비행 장치는 건설교통부장관에게 신고를 거쳐야한다.

전문가들은 사람이 직접 수행해 온 배송과 같은 분야에서도 드론이 빠르게 인력을 대체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호주, 일본, 영국도 이를 인식하고 상업용 드론의 이용을 허용하기 시작하는 추세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5년 내 7,500개의 상업적 드론이 운영되며, 약 70,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돼 새로운 미래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드론 상용화를 늦춰보는 시각도 있다. GPS 기술을 비롯한 기반 기술은 고도화되고 있지만, 이외의 기반 기술은 개발 중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드론 기술은 GPS 정보 이외에 3D 안면 인식 기술 개발이란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드론이 물류 산업에 활용될 경우, 택배 물건을 수령하는 사람이 실제 주문자인지 판별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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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항공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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