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노트] 기린은 왜 목에 폐타이어가 끼였을까
  • 2020-12-02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기린

꾸벅꾸벅 졸다가 번뜩 눈을 떠보니 필자 앞에 ‘기린’ 한 마리가 있었다. 지하철이었고, 앉아가는 길이었다. 실제 기린이었을 리는 만무하다.

필자 바로 코 앞에 서 있는 사내의 티셔츠 그림이었다. 기린은 그 기다란 다리와 목을 올곧이 세우고 고즈넉이 초원의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림과 함께 씌어 진 글씨(Masai Giraffe)를, 사내 앞에서 검색해 보았다. 마사이 기린(또는 킬리만자로 기린)은 육상 포유류 중에서 가장 키가 큰 종으로 주로 케냐와 탄자니아, 잠비아 등에서 발견된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유명 옷 브랜드가 표방한 그린티 컨셉이란다.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하여 옷을 만들고 멸종 위기 종 동물들을 새겨 넣어 한번쯤 돌아보라는 의미이다. 기린 말고도 코끼리, 고래 등의 동물 디자인이 있단다. 시인 김준현은 ‘기린 생태 보고서’라는 제목의 시에서, 기린은 세상에서 가장 혈압이 높은 동물로 심장이 3~3.5m나 되는 경동맥을 통해 뇌에까지 밀어 올리기 위해서는 큰 힘을 필요로 한다며, 다음과 같이 읊었다.

“그에게 목은 가장 쓸쓸한 부위였다/몸으로부터 멀어지려는 진화/여덟 개의 목뼈가 길이를 연장해 나가는 건/깊은 쌍꺼풀을 허공에 묻어버리기 위해서다...”

고니

영화 타짜의 사연 많은 주인공 이름이 왜 ‘고니’인지는 모르겠으나 고니라는 조류는 흔히, 백조라고 불리는 새로 유명하다. 기러기과 오리목에 해당하는 큰 고니는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다. 이 새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내는데 최근 이 새의 이동 경로가 밝혀졌다는 소식이 얼마 전 전해졌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한 큰고니는 3월 초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를 떠나 약 3개월에 걸쳐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으로 이동한 후 최종적으로 번식지인 러시아 예벤키스키군 습지에 도착해 약 3개월을 머물 뒤, 다시 한 달 반을 날아서 남해에 근접한 이 서식지로 돌아온다. 큰고니의 비행 평균 시속은 51㎞이며 이들이 왕복한 총 이동 거리는 8300km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여정이다. 러시아판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로 알려진, ‘백조의 호수’의 백조(공주)가 왕자와 애틋한 러브 스토리를 펼칠 만큼 한가롭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갑자기 기린과 고니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며칠 전 해외 토픽에 등장한 기린 뉴스와 무관치 않다. 버려진 타이어가 목걸이처럼 걸린 기린을 구조했다는 소식이다. 마취약으로 잠든 기린의 목에 낀 타이어를 제거하니 깊게 패인 상처로 염증까지 생긴 상태였다. 더 오래 방치했으면 생명까지 위협받았을 것이다. 일부 멸종 위기 종으로 지정된 기린 한 마리의 생명이 허무하게 사라질 뻔 했다.

인간

정식으로 코로나19로 통칭하지만 일년 내내 코로나로 고통받고 있는 올 한 해는 ‘코로나20’으로 각인될 것이 분명하다. 역사를 돌이켜봐도 전염병이 전쟁만큼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요즘이다. 우리가 멸종 위기종으로 관리하고, 천연기념물로 보호하는 기린과 고니를 보면서 바이러스에 공격받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필자의 생각뿐인지 모르겠다. 새해는 부디, 그저 그 평범한 일상을 향유하는 바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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