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구실 자체가 한국 화합물 반도체의 역사, 전력반도체도 긴 호흡 가지고 개발해야”
  • 2020-11-03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GaN(질화갈륨) 전력반도체 핵심 기술 개발, 지속적 투자 강조해

친환경차로 대변되는 전기자동차는 전력 변환효율 향상이 과제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도 연구개발이 활발한 가운데, 국내에서 상용화 가능성이 큰 GaN(질화갈륨) 전력반도체 핵심 기술이 개발되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TRI 이형석 박사

"GaN 수평형 전력반도체는 빠른 스위칭 속도, 높은 전류밀도 등의 장점 가져…
(중략) 전기자동차 등에 활용이 가능한 고전압 특성의 장점이 있으며
전력변환장치에 포함되는 인덕터와 커패시터와 같은 부품의 소형화로
전체 시스템 또한 소형화가 가능해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고전압에서 좋은 성능을 발휘하는 동시에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수직형 질화갈륨 전력반도체 핵심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질화갈륨(GaN) 단결정 기판을 이용한 800V급 수직형 전력반도체 기술’은 향후 에너지 효율 개선 및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수직형 전력반도체는 기존의 수평형에 비해 높은 항복 전압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질화갈륨 단결정 기판을 적용했기 때문에 기존에 이종(異種) 반도체 기판을 사용함으로써 발생한 전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연구진은 오랜 질화갈륨 반도체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에피층의 두께를 늘리는 공정을 통해 전압을 높이면서도 저항을 억제해 기존의 수평형에 비해 높은 항복 전압 특성을 구현했다.
 
김동영 책임연구원, 이종민 책임연구원, 조규준 연구원, 이형석 기술총괄, 배성범 책임연구원, 김진식 선임연구원(왼쪽부터) 

ETRI의 RF/전력부품연구실은 화합물반도체 연구를 30년 이상 진행해 온 국내 화합물반도체 역사와도 같다. 관련 SCI급 논문만 수십 건이고, 특허도 100건 이상 출원이 되어있다. 연구책임자인 ETRI 이형석 박사에게 상용화 가능성과 전력반도체 기술의 미래를 물었다.

신뢰성 검증 거치면 상용화

_ 기술개발에 고생이 많았습니다. GaN(질화갈륨) 단결정 기판을 이용한 800V급 수직형 전력반도체 기술의 개발 동기를 말씀해 주신다면.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 축하받기는 좀 이릅니다. 이번에 개발한 800V급 수직형 전력반도체는 상용화되기 위해서 신뢰성 검증과 필드테스트가 수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력반도체 소자개발 동기는 GaN 수직형 전력반도체가 해외에서 상용화되기 전에 국내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할 목적으로 공동연구기업인 ㈜비투지코리아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핵심수시개발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D R&D 바우처 지원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서 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_ GaN 단결정 기판을 적용하여서, 기존의 수평형과는 달리 수직형 전력반도체를 개발한 것으로 압니다. 이렇게 만든 이유와 특징은 무엇인가요.

GaN 수평형 전력반도체는 빠른 스위칭 속도, 높은 전류밀도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리콘(Si), 사파이어(Al2O3), 실리콘카바이드(SiC)와 같은 이종(異種) 반도체 기판을 사용함으로써 결함밀도가 높아서 저전압 영역(200-300V급)에서 주로 활용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GaN 수직형 전력반도체는 동종(同種)의 GaN 단결정 기판을 이용함으로써 결함밀도를 줄여서 전기자동차 등에 활용이 가능한 고전압 특성의 장점이 있습니다.

47GaN의 빠른 스위칭 속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전력변환장치에 포함되는 인덕터와 커패시터와 같은 부품의 소형화가 가능해서 전체 시스템 또한 소형화가 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_ 단지, GaN 단결정 기판을 사용했다고 해서 기대한 대로 성능이 나오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화합물 반도체에 대한 기술이 있어야 이처럼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배경이 뒷받침했다고 보시는지요.

GaN 단결정 기판은 LED/LD 등의 광소자용으로 개발이 되어왔지만, 전력반도체용으로 사용될 만큼 결함제어가 필요합니다. 또한, GaN 단결정 기판 위에 성장이 되는 최적의 에피 설계 및 에피 공정과정, 그리고 소자설계 및 공정 최적화 등이 뒷받침되어야 원하는 전력반도체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ETRI의 경우 각 분야에 10년 이상 개발 경험이 있는 연구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기술구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_ 설계 기술뿐만 아니라 공정, 소재 등도 별도로 개발했는데요. 이는 상용화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지요. 소재 비용 면에서 말씀해 주신다면.

신소재를 활용한 반도체 개발은 항상 소재/소자/설계 기술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보통은 소자개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상용화된 새로운 소재를 수입해서 소자개발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렇게 선진국에서 개발된 비슷한 성능의 소자개발을 하는 것도 의미는 있겠지만, 해외에서 상용화된 소재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해외에서 원천소재 및 소자 기술개발이 진행되어서, 후발주자가 원천기술 및 핵심 특허 부분을 잡기가 더욱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소재와 소자를 함께 개발한다는 것은 비용과 시간이 좀 더 들지만, 반대로 보다 중요한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기술선점이 가능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_ 이번 전력반도체 개발도 그 일환이겠지만, 연구실에서는 오랫동안 화합물 반도체를 연구해 온 것으로 압니다. 그 동안의 성과물(기술)이라고 한다면, 대표적으로 소개해 주세요.

RF/전력부품연구실에서는 전력반도체 뿐만 아니라 통신용 반도체를 오랫동안 개발해왔습니다. 현재는 5G 이동통신이나 위성통신 군수 레이더에 활용되는 GaN RF 전력증폭기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기술은 국내기업((주)웨이비스)을 통해 상용화되었습니다.



_ 화합물반도체 기반 RF/전력부품 개발과 관련하여, 연구소에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기업과의 연계 개발이나 상용화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에 어떤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또한 상용화를 위한 프로세스가 있다면요.

소재/부품과 관련된 연구는 상용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연구개발과정에서 기업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TRI는 정부출연연구소로서 기업의 기술문제 해결(애로기술 해결)을 위한 공동연구 및 상용화를 위한 기술 이전과 같은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번 수직형 GaN 전력반도체 개발도 ㈜비투지코리아과 함께 GaN 단결정 기판의 에피/소자 평가와 기술이전을 통한 핵심기술 이전 등을 진행하였습니다.

_ 연구소의 향후 계획과 비전이 있다면.

GaN 수직형 전력반도체 기술의 고도화 과정을 준비 중이어서 내년 초 kV급 전력반도체 개발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이후에는 필드테스트를 위한 모듈개발 등을 계획 중입니다. 또한, 전력반도체와 RF반도체에 필요한 다이아몬드 고방열기술 등을 해외기관과 함께 연구 중인데내년 하반기에는 가시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_ 전력반도체는 잘 아시겠지만,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는 부품 소자입니다. 더구나 고도화된 산업에서 에너지와 관련하여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그에 반해, 국내 전력반도체 산업은 세계 경쟁력이 많이 뒤떨어지는 형편입니다. 정부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있기는 하지만 박사님이 생각하시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가장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투자와 소재/소자의 균형잡힌 투자입니다. 해외의 실리콘 카바이드 전력반도체나 GaN 전력반도체를 개발하는 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소재의 크기도 작고 결함도 많아서 기판/에피와 같은 R&D에 집중이 되고, 어느 정도 기판/에피 기술이 잡히면 소자 R&D가 함께 늘어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소자의 크기가 작지만, 기판/에피의 사이즈가 늘어나면서 소자의 크기 및 성능이 올라가게 되고, 양산될 수 있는 4인치 소재기술이 나오게 되면 소재/소자 상용화가 진행됩니다.

이런 과정이 10~15년 정도의 사이클을 가지게 됩니다. 오랜 기간 소재와 소자개발을 해왔기 때문에 관련된 소재와 공정의 노하우와 원천기술이 많이 축적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서 관련 전공자도 많이 배출됩니다. 국내의 연구개발과제는 보통 3~5년 정도의 개발기간 안에 세계 최고급의 소자개발을 목표로 진행이 됩니다.

짧은 시간 안에 소자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재개발보다는 해외에서 상용화된 소재를 가지고 소자개발에 집중해서 목표를 맞추는 시스템이 그동안의 우리나라 시스템이었습니다. 이미 해외에서 상용화된 전력반도체는 어쩔 수 없지만, 상용화가 안 된 전력반도체 만큼은 우리나라도 긴 호흡을 가지고 개발해야하지 않을까요.

_ 우리가 잘할 수 있고, 잘해야 하는 전력반도체 기술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있다면 그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해외에서는 Si 전력반도체에서 SiC, GaN 전력반도체와 같은 화합물반도체로 대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마 시간이 더 지나면 SiC, GaN 이후의 차세대 반도체가 필요할 겁니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화합물 전력반도체 부분에서 저희가 이루어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_ 끝으로, 국내 전력반도체 기업을 하거나 연구하려는 연구자에게 요청할 협력 사항이 있다면.

전력반도체는 소재-소자-모듈-시스템 분야가 함께 만들어가야 하고, 긴 안목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규제 때의 경험에서 보았듯이 핵심기술을 국내에서 가지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통해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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