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고속 성장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꽉 막힌 국내 원격의료 도입

  • 2020-10-12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원격의료 인프라 구축하는 팬데믹 대응형 통상정책 제시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19년 1,063억 달러 규모에서 향후 연평균 29.5%씩 고속 성장하여 2026년에는 6,394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고속성장의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있었다. 전염병 펜데믹은 헬스케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심화되면서 그 성장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특히 원격의료 분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우리 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면적인 원격의료가 불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전화상담, 처방 등이 한시적으로 허용되었으나 진료 안전성, 수납방법 등에 대한 모호한 지침 등 관련 규제 및 인프라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앞으로 비대면 의료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여 관련 산업 활성화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를 위한 산업?통상 전략(-원격의료 서비스를 중심으로)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이준명 수석연구원(신성장연구실), 곽동철 수석연구원(통상지원센터)은 “국내 규제를 합리화하고 시장환경을 개선하는 산업전략이 향후 선진국의 원격의료 시장개방 압력에 대응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통상전략과 동시에 추진될 때 실질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헬스케어란 보건의료 산업과 ICT가 융합되어 개인을 중심으로 건강과 질환을 관리하는 산업 생태계를 말한다. 디지털 전환의 핵심 매개인 ‘데이터’를 측정, 통합, 분석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생태계가 형성됐다. 분야별 시장규모 비중은 모바일 헬스(53%), 원격의료(27%), 건강 데이터 분석(13%), 의료정보시스템(7%)의 순이다.



원격의료는 의료서비스 공급자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다른 의료인 또는 환자에게 비대면 방식으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말한다. 원격진료는 경증질환에 대한 기초 진료, 정신과?피부과 등 정기적인 진료가 필요한 만성질환, 대면 진료 후 경과 관찰 등을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다.

원격의료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국내의 대표적인 규제로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행위 금지와 ▲웨어러블 기기 활용 및 DTC 유전자 검사항목에 대한 제한, ▲건강-의료 데이터 통합 및 활용에 대한 제약 등이 있다. 각각의 규제 항목에 대해 일본(원격의료 유형별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 미국(의료기기 소프트웨어 및 DTC 유전자 검사 기업 사전인증제 도입), 핀란드(국민 개인 중심의 건강-의료 데이터 통합 및 활용)의 규제 합리화 모범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원격의료 규제 개선을 통해 의료소비자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산업전략의 기본 방향”이라며, “다만 보건의료 분야는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산업이자 국민 건강과 직결된 복지이므로, 국내 의료시스템의 특성을 감안하여 원격의료 도입 시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부터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을 우려하는가

안전 유효성 위협, 의료전달체계 붕괴 등 의료계 및 관련 업계가 우려하는 원격 의료 도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술?데이터 표준, 안전성 평가및 교육 체계, 정보보안 가이드라인 구축 등 관련 인프라부터 마련해야 한다.

또한 오진 확률이 낮은 원격의료 유형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되, 실증 시범사업을 확대하여 안전성과 비용 대비 효과성을 검증해나가야 한다. 현행 의료전달체계에 부합하는 원격의료 체계 구축,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명확화를 위한 대응체계 마련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와 동시에 현 시점에서 예상 부작용이 작고 의료소비자 효용이 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 합법인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의 활성화, ▲현재 활용되고 있는 의사-환자 간 원격 모니터링과 외국인 환자 대상 원격의료에 대한 규정 명확화, ▲의료 소비자 중심의 데이터 통합 기반 구축, ▲DTC 유전자 검사항목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 도입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WTO 회원국의 의료 관련 서비스는 시장개방수준이 낮고 공급유형1(국경 간 공급) 형태로 이루어지는 의료서비스는 상당부분 제한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국가들은 포괄적 방식의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협상을 통해 의료 관련 서비스의 시장개방을 추구하고 있다. 정보기술협정과 확대정보기술협정으로 인해 원격 의료에 필수적인 ICT 인프라도 구축되어 국경 간 원격의료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 세워진 과도한 무역장벽으로 인해 국가 간 원격의료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전자적 전송에 대한 관세, ▲자유로운 데이터 이전 제한, ▲데이터 현지화조치, ▲국별로 상이한 온라인 개인정보보호 체계, ▲특정 암호화 기술을 강제하는 조치 등이 국경 간 원격의료서비스를 저해하는 대표적인 디지털무역 장벽들이다.

의료정보를 포함하여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전과 활용을 추구하는 새로운 국제통상규범이 FTA를 통해 수립되고 있으므로 이를 면밀히 분석하여 통상전략에 반영해야 한다.

원격의료산업의 수출 활성화를 위해 우리 정부는 ▲원격의료기기가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ITA 적용품목을 확대하고, ▲FTA 신규 개정협상시 디지털 방식으로 제공되는 의료 관련 서비스를 점진적으로 상호개방하고 데이터 관련 조항을 포함시키며, ▲WTO 복수국간 전자상거래 협상에서 합의가능성이 높은 디지털 통상규범을 선제적으로 우리 FTA에 반영하는 통상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걸림돌

우리나라는 뛰어난 의료기술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나, 높은 시장 진입규제와 부처 간 중복규제 등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는 원격의료의 도입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여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을 촉진함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건강관리 및 질병예방을 통한 의료비 절감 등 의료적 과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끝으로 보고서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연평균 29.5%의 고속 성장이 전망되는 신성장 산업으로 합리적인 규제와 시장환경 개선으로 국내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며, “원격의료 활성화와 국내 원격의료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불필요한 무역장벽을 제거하고 원격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팬데믹 대응형 통상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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