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기차 3대중 1대는 한국산 배터리, 1위 지키려면

  • 2020-09-07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미래 산업의 ‘쌀’ 기술 선점과 시장 개척, 정부 지원 등 뒷받침 돼야

최근 우리나라 업체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해 미래 산업 ‘쌀’ 경쟁에서 한발 앞선 가운데, 지속적인 기술 선점과 시장 개척을 이어나가고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산업 생태계 구축 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의 손창우 수석연구원(전략시장연구실)은 ‘한?중?일 배터리 삼국지와 우리의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하면서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며 우리 수출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이차전지에 대한 글로벌 관심과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밝혔다.

한국 34.5%, 중국과 일본에 앞서

2019년 기준 전 세계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717만 대로 전년 대비 40.3% 증가하였고,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도 2016년 150억 달러에서 2019년 388억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하였다. 우리나라의 배터리 수출 역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12.8%의 성장률을 보이며 급격히 성장 중이다. 또한 올해 상반기 우리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4.5%(10대 배터리 업체, 출하량 기준)로 경쟁국인 중국(32.9%)과 일본(26.4%)보다 앞섰다.



우리나라는 IT기기 등 소형 배터리 기술력과 업계의 지속적인 R&D 투자를 바탕으로 최근 중국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 달성하였고, 중국은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과 전기차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자국의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일찌감치 확보한 원천 기술과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 로드맵을 통해 성장한 일본은 전기차 생산 초기인 2013년에 파나소닉이 테슬라와 배터리 공급 장기 계약을 체결하면서 안정적 판로를 확보했다.

전 세계 시장 규모의 절반 수준을 차지하며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은 2014년 이후 연평균 106.1%씩 급격히 성장하였으며, 2019년에는 전년 대비 46.3% 증가한 335만 대를 기록했다. 중국은 전 세계 시장의 약 50%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중국 시장의 수요 변화가 글로벌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 시장은 환경 규제 강화 등을 통해 꾸준히 확대되었으며, 2016년에는 미국의 시장 규모를 추월하여 지난해에는 175만 대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에는 중국과 미국의 성장세가 주춤한 반면, 유럽 시장의 판매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연방정부의 환경 규제 완화 움직임 등으로 상대적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급변하는 배터리 시장 어디로

최근 배터리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쟁을 더욱 촉진하는데 몇 가지 큰 변화가 나타났다. 첫째, 배터리 성능 개선 및 가격 하락이다. 배터리 기술이 향상되면서 에너지 밀도 및 주행거리가 증가되었으며, 생산 공정의 효율화 및 규모의 경제를 이뤘다. 배터리 단가는 2010년 대비 84.4% 하락한 1kWh당 156달러까지 내려왔으며 1~2년 내 내연기관의 유지비용 수준인 100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글로벌 합종연횡 및 생산 현지화 확대이다. 배터리 업체들은 투자리스크 분산을 위해 수요처인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한편, 중국,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 현지 생산 기지를 구축하면서 경쟁 수위를 한 단계 끌어 올렸다.

셋째,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자체 생산 추진이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수직계열화를 통해 배터리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향후 경쟁 구도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현재는 배터리 제조사가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향후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개발 수준에 따라 이런 판도가 뒤바뀔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중·일 3국 간 경쟁 구도도 전통 제조업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제조업에서는 일본이 전형적인 First Mover, 한국이 Fast Follower, 중국이 Mass Producer의 역할을 수행하였다면, 신산업인 배터리 산업에서는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 그리고 대량 생산을 각 국가가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배터리 산업은 기술력, 점유율, 규모의 경제를 고루 갖춘 5개 미만의 업체가 시장을 독점, 또는 과점하는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 배터리가 살아남는 길

우리 기업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크게 5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기술 수준 향상’ 과제로는 기존 배터리 성능 향상을 위한 첨가제 활용과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꼽을 수 있다. 한?중?일 3국 간의 기술 격차가 박빙인 미(微)격차 시대에 접어든 만큼 확실한 미래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최우선 전략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는 글로벌 수요 변화 요인에 주목하면서 해외 시장 다변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대비하여 미국, 유럽 지역에 신규 수요도 적극 발굴해야 할 것이다.

셋째, ‘안정적 원자재 공급’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공급이 불안정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원재료의 해외 공급처를 확보하고 광물 차원의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산업의 제도적 과제’로는 정부의 법 및 제도의 개선과 인프라 확충이 있다. 자동차 산업이 부품과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선행적 가이드 라인과 함께 관련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또한, 전기차 충전소 등 부족한 인프라를 확충하여 내수시장 기반을 다져야 한다.

다섯째, ‘혁신을 선도하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전방 산업의 구조 조정 및 후방 산업의 응용 분야 발굴이 중요하다. 기존 완성차 부품사들이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에 대응하지 못할 우려가 커지면서 이들을 위한 R&D 및 사업재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전기 바이크, 전기 비행기, 전기 잠수함 등 배터리를 활용한 새로운 산업을 개척하는 노력도 이어가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업체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였고 전 세계 전기차 3 대 중 1 대에 한국산 배터리가 장착될 만큼 우리 배터리 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그간 우리 기업이 적자를 감내하면서 이뤄온 꾸준한 투자와 기술 축적의 성과로 볼 수 있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여전히 초기 성장 산업인 만큼 향후 다양한 변수가 배터리 시장 성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기업이 기술 선점과 시장 개척의 끈을 놓지 않고,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산업 생태계 구축 등이 뒷받침 된다면 ‘미래 산업의 쌀’인 배터리 시장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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