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노트] # 살아있다, 기술에 버려진 인간들

  • 2020-08-06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플랫폼 vs 사람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가장 먼저 물었던 말은 ‘배달 음료가 파손되었냐’는 것이었다. 이어 고객에게 그 상황이 전달되었냐고 되물었고, 음식 값과 배달비용은 차감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통화 말미에 가서야 어디 다친 데가 없냐고 묻지만, 곧바로 파손된 음식물 처리를 부탁한다고 다짐해 두었다. 배달 플랫폼 노동자 김씨가 TV 시사프로그램(스트레이트)에서 들려준 이야기다. 이륜차 배달을 가다 미끄러져 넘어져 큰 부상을 당할 뻔한 김씨가 ‘배달 사고’ 내용을 남기자 배달 플랫폼 회사에서 응대한 내용이다. 회사 담당자는 전화를 끊기 전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통화한 전화는 임시 번호이기 때문에 앞으로 연락을 해도 통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노동자이면서 노동자가 아닌 배달플랫폼 노동자는, 고용주이면서 고용주가 아니라는 회사와 이상한 노동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노동자가 일(배달)을 잡고자 하면 인공지능이 기기를 통해 일을 주고, 배달 최단 경로를 알려준다. 한번 잡힌 일은 무시하기도 힘들다.

취소하면 그만큼의 패널티를 주기 때문이다. 일이 몰리는 때와 배달하는 사람의 수, 혹은 날씨에 따른 배달 수수료도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책정한다. 구인 광고의 문구처럼 ‘자유로운’ 직업이라고 시작한 이들은 나중에서야 깨닫는다. 그 보이지 않은 거대한 플랫폼이 자신들의 머리 꼭대기에 편안히 앉아 ‘자유로이’ 일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공지능 vs 인간

최근, 인공지능 연구단체 ‘오픈AI’가 발표한 진화된 AI 모델 ‘GPT-3’에 쏠리는 관심은, 이 단체의 설립을 주도한 스페이스X CEO 일론 머스크와 무관하지는 않다. 오픈AI는 지난해 인공지능을 이용해 자동으로 문장을 생성하는 모델 GPT-2를 발표한 이래, 지난달 새로운 버전을 공개했다. GPT-3는 대화는 물론, 시나 소설을 쓰고 복잡한 문서를 요약할 수 있다.

특히 까다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몰라도 몇 가지 지시로 ‘뚝딱’ 코딩도 할수 있다는 점은 향후 다양한 인공지능 기능을 구현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이 새로운 모델은 요리성분을 분석하여 평가하거나 동시 통역을 해주고 요구하는 대로 웹사이트도 만들어준다. 재미있는 것은 인공지능을 불신하는 것으로 알려진 머스크의 지론과는 달리,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의 능력들은 인간 바둑고수를 이긴 알파고를 벌써 구석기 유물로 만들어 버렸다.

인간 vs 인간

얼마 전, 작은 뉴스 하나가 눈에 띄었다. 낚시하러 갔다가 길을 잃고 하천주변을 헤매던 초등학생들이 소방대원들의 드론 탐색으로 발견돼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이다. 친구와 함께 길을 잃어 위치를 추적해 달라는 A군의 휴대전화 신고를 받고 소방대원들이 수색 활동을 펼쳤으나 샛길이 많고 복잡해 이들을 찾지 못했다. 이에 한 소방대원이 드론을 띄워 30여분 만에 하천 주변에서 서성이는 이들을 발견하고 경찰을 통해 가족에 인계했다는 이야기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기존 전통의 노동자 개념을 통째로 바꿔놓고 있다. 혁신 산업의 그늘에는 일회용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이 거대한 공룡은 플랫폼이라는 성에 군림하여 소상공인과 배달 노동자를 부린다. 머지않아 화성에 인간을 보내겠다고 장담하는 일론 머스크가 경계하는 것은 (인공지능)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규제할 수 있느냐 하는 ‘인간의 통제력’이다. 끊임없이 사생활 침범과 테러 혐의를 받고 있는 드론이 무기가 되는지 이기(利器)가 되는지는 사용여부에 달렸다. 기술에서 인간을 배제하면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또 얼마나 경험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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