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노트] 스타벅스 커피 300잔과 원격 의료

  • 2020-06-03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커피 관련 기사를 보다가, 마시던 커피를 뿜은 일이 있었다. 

누군가 스타벅스 매장에서 커피 300잔을 구입하고서 커피는 놔둔 채, 사은품만 받아갔다는 뉴스를 보고서 말이다. 해당 커피 메이커에서 행사 음료를 포함 총 17잔의 음료를 구매하면 기념품을 준다고 해서 그게 탐났던 모양이다. 인터넷에서 거래될 정도로 별다방의 굿즈(기획상품)가 아무리 인기라도 그렇지 생각할수록 황당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래, 거기까지는 그렇다치고 간신히 커피를 한 모금 넘겼다.

하지만, 그 기사에 달린 한 네티즌의 댓글을 하나 보고 결국 품고야 말았다. 

“몇 년 전에 인기 끌었던 빵 속의 스티커를 모으려고 스티커만 빼고,
빵은 버린 아이가 있었다는데 그 아이가 많이 컸네...”

 
스타벅스 2020 서머 이벤트 (스타벅스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주객이 전도됐다는 말로 이 상황이 다 설명이 될지 모르겠다. 제사보다 젯밥에 눈이 멀었다고 하는 게 적절한지도. 세상엔 이해되지 않는 일도, 상황에 따라서는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일도 있으니까. 

그래서일까, 원격의료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와 환자 간에 이뤄지는 원격진료와 원격모니터링은 불법으로 명시돼 있지만 정부는 지난 2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했다. 면역력이 약한 환자나 감염 사각지대인 병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원격의료 허용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한의사협회는 안전성에 따른 법적 책임 문제와 대형병원 쏠림 문제 등을 이유로, 시민단체는 의료 영리화 우려를 내세우며 반대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규제혁신의 대상인 원격의료 합법화가 갈수록 밥그릇 싸움으로 가는 분위기이다. 정부 여당과 야당, 의사협회, 시민단체 등의 찬반 논리가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필자가 취재를 위해 만난 가천 길병원의 이동혁 교수는 전 국민이 대학병원을 쉽게 갈 수 있는 우리 의료 환경에서는 원격의료가 임팩트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원격의료 솔루션을 취급하는 인성정보의 김홍진 이사는 일부에서 제기되는 의료영리화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오히려 병의원의 수익이 더 커질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 사이에 도서, 산간 지역처럼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만성질환자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 비대면 서비스의 하나로 원격의료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이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한 조사(경기연구원)서도 응답자의 88.3%가 원격의료에 찬성하였고 중점 육성 분야에서도 원격의료를 우선 순위(24.7%)로 두었다. 
 

가장 편리하고 효율적인 의료서비스를 마땅히 받아야 하는 일반 국민들의 생각은 이미 저만치 앞서가 있는데 정부, 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은 누가 더 이득이냐만을 따지고 있는 셈이다. 주체가 되어야할 커피와 빵이 버려지듯 정작 의료 소비자의 사회적 비용과 편리는 내던져지고, 커피 기념품과 빵 스티커와 같은 젯밥이 주인공 노릇을 하는 기분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그 이전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코로나를 계기로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그런 시간이 다가왔고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도 이참에 해결지어야 한다. 빵을 사던 아이가 커서, 커피를 사는 어른이 될 수 있듯 시간만 지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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