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노트] 천왕성, 핼리 혜성…흥미로운 이야기를 한다는 것

  • 2019-12-04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때로는 새로 알게 된 사실들(혹은 지식)에 꽤 흥미를 느끼는 경우가 있다. 살면서 흥미를 느낄만한 일들이 없어서 그런지, 쓸데없는 일에 관심을 갖는 습관이 생겨서인지는 모르겠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잡학사전(알쓸신잡)이라지만 알지 못했던 일과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흥미롭게 말하는 재미에 시청자들은 더 큰 재미를 느낀 부분도 많았을 것이다.

최근에 읽었던 행성 관련 이야기도 그렇다. 우리가 이미 주지하다시피 수금지화...로 이어지는 행성의 외래어 이름은 대개가 로마 신화의 신에 대응하는 그리스 신화의 신과 그에 관련된 인물들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무슨 법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천문학계가 갈릴레오 이래, 전통적으로 해온 일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목성(주피터는 제우스신에 대응하는 로마신화의 신이다)의 대표적 위성 이오, 가니메데, 칼리스토, 유로파 등은 제우스신과 관계된 인물이다.

천왕성 위성의 이름이 특별한 이유는

이오(Io)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연인 중 한명이자 헤라의 여사제 이름에서 따왔고, 가니메데(Ganymede)는 트로이의 왕 트로스의 아들, 가니메데스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잘생긴 죄(?)로 제우스한테 납치당해 그리스 신들의 술시중을 들어야 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천왕성(우라노스)의 5대 위성(아리엘·움브리엘·티타니아·오베론·미란다)은 물론 몇몇 위성의 이름이 그리스나 로마 신화의 영웅이 아니라, 영국의 대문호 세익스피어 연극의 등장인물 또는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의 시에서 따왔다는 점이다.
 
유럽 남방 천문대(ESO)가 칠레 파리날 천문대에서 촬영한 천왕성과 위성 사진들. 맨 위에서부터 티타니아, 움브리엘, 미란다, 아리엘,
오베론과 고리가 뚜렷하게 보이고, 고리의 양 끝에 포르티아(고리 왼쪽 끝)와 퍽(고리 오른쪽 끝)이 희미하게 보인다(사진출처: ESO 홈페이지).

천왕성 위성인 아리엘, 캘리번, 미란다는 모두가 세익스피어 작품 ‘폭풍’의 등장인물이고 오베론은 ‘한여름 밤의 꿈’에 등장하는 캐릭터이다. 티타니아는 오베론 왕의 아내 이름이다. ‘말괄량이 길들이기’에 나오는 비앙카도 위성 이름 하나를 차지했다. 움브리엘은 알렉산더 포프의 시에 나오는 요정의 이름이다. 

이렇게 된 이유도 재밌다. 천왕성을 최초로 발견한 영국의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은 이 새로운 행성의 이름을 자신이 모시던 왕(조지 3세) 이름을 따서 ‘조지의 별’이라고 지었다. 이게 굳어졌다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수,금,지,화,목,토,조지의 별... 순서로 외웠어야 했을 것이다. 나중에 관행대로 천왕성은 제우스의 할아버지 이름인 ‘우라노스’를 부여받았지만 영국인 들의 유난스러움을 끝내 외면하지 못했는지 영국의 대문호 세익스피어의 작품 속 인물들이 등장한 것이다.

핼리 혜성 탐사선 이름이 화가 '조토'인 이유

이 달에는 성탄절도 껴 있으니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도 하나 꺼내보자. <동방박사의 경배>라는 그림이 있다. 이탈리아의 화가 조토(Giotto di Bondone)의 그림으로 아기 예수가 태어난 날, 천문을 연구하던 동방의 박사들이 별을 따라와서 아기 예수에게 경배를 한다는 모습이다. 독자들도 나중에 찾아보면 알겠지만 이 그림에는 특이한 광경이 하나 담겨있다. 동방 박사들의 경건한 경배 장면 위로 붉은 물체 하나가 지나가는 모습이다. 바로 지상에서 맨 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 혜성, 핼리 혜성이다.

조토가 이 그림을 그리기 바로 전 1301년에 75~76년 마다 지구에 근접하는 핼리혜성이 나타난 것이다. 조토는 자신이 본 광경을 실제 그림 속에 넣어 그렸다. 그로부터 680여 년의 시간이 지난 1985년 7월2일에 발사되는 핼리혜성 탐사선의 이름이 ‘조토’였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일지도 모른다.

이 밖에도 알아두면 쓸데없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찾아보면 적지 않다. 요새 해외에서도 흥행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기생충도 있지만, 기생식물도 있다는 이야기도 그렇다. 다른 식물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빼앗는다면 굳이 광합성을 위한 줄기와 잎을 만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른 나무 위에서 사는 나무인 겨우살이도 있지만 억새 밑동에 사는 ‘야고’라는 식물은 완전한 기생식물이다. 담배대더부살이라고도 불리는 이 기생식물은 길다란 꽃대의 꽃만 땅에서 올라오는데 영양분은 전부 억새로부터 취한다. 송강호도 울고갈 기생식물이다.

올 마지막호 매거진에 쓰는 칼럼에 말 그대로 쓸데없는 이야기를 이것저것 널어놓은 느낌이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다가오는 새해에는 각자 호기심이 생기는 분야의 지식을 더 많이 탐구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적었고, 그게 거창하다면 연말 술자리에 이야기 거리로 쓰이면 그만이겠다. 그건 그렇고, 필자는 핼리혜성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가장 최근에는 1986년에 지나갔으니 다음에는 2061년에나 찾아올 테다. 그때면 필자 나이가...(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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