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왜 국내 시스템반도체는 대기업을 경쟁자라 했나

  • 2019-08-26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대기업 때문에 못하고, 대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팹리스 업계가 국내 시스템반도체 발전을 위해 한 목소리를 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2일 벤처기업협회,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과 함께 제1회 중소벤처기업 미래포럼을 열고 국내 시스템반도체를 주제로 각계 분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중소벤처기업 10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포럼에서는 대기업 위주로 발전한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현실과 함께, 수요처가 되어야 할 대기업이 경쟁자가 되는 현실과 대·중소기업 협력 문제 등을 토로하는 자리가 됐다. 

포럼의 주최자인 중소벤처기업부의 박영선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다품종 맞춤형 소량 생산 특징이 있는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어느 분야보다도 중소기업이 잘 되어야 성공하는 분야”라며, “그런 의미에서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성공 여부가가 대한민국의 성패와 직결되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박 장관은 “전 세계 시스템반도체는 2023년까지 33.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인공지능, 미래차, 바이오헬스, AR/VR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시스템반도체가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고 시스템반도체 성장 없이는 발전할 수 없는 산업”이라고 그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은 전 세계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약 6%만을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뒤처져 있으며 특히 중소 팹리스 업체들의 사정은 매우 열악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에 박 장관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대기업 중심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 스타트업을 어떻게 연결시키느냐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의 기회, 그러나 현실은...

이날 포럼은 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박재근 회장과 서울대전기정보과 김수환 교수의 전문가 진단을 시작으로, 시스템반도체 기업 관계자의 제언이 이어졌다. 

박재근 회장은 그동안 ‘시스템 2010’, ‘시스템 2020’ 등의 사업을 통해 성장한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세 번째 도약시기를 맞이했다고 역설했다.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는 2018년에 114조의 매출(전 세계 170조 시장)을 올리면서 세계 최대를 기록했지만, 시스템반도체는 전체(265조원) 시장에서 약 17조원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 또한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로 대기업에서 주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스마트폰용 AP, CMOS 이미지센서, 파운드리 등을 제외한 국내 팹리스 매출은 1조5천억 원에 불과하며 이중 절반 이상은 대기업 계열사(실리콘웍스)가 올린 매출이다.  

박 회장은 이에, “대기업이 하는 사업은 기본적으로 팹리스 기업이 들어가기가 힘들다. 그래서 국내 팹리스는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엘리베이터용 디스플레이처럼 품종이 다양한 분야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분야를 계속 해왔기 때문에 기술 수준은 매우 높지만 시장이 작아서 규모의 경제에서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5G 시대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기대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용 AP나 전기자동차 개발을 위한 시스템반도체는 물론 바이오헬스, 가전, IoT, AR 시장, 빅데이터, 로봇 등 새로운 시장이 시스템반도체의 기회라는 것. 특히 그는 그동안 반도체 업계의 뜨거운 이슈가 되어 온 대기업의 파운드리 개방 확대와 디자인하우스 육성을 강조했다. 

"AI 반도체 말고 AI를 위한 반도체를"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과의 김수환 교수도 ‘4차산업혁명이 SoC 기회로 연결되지 않는 문제점’이라는 발제에서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문제점을 짚었다. 김 교수는 먼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 반도체에 대한 분명한 정의와 개발 방향을 지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면 인공지능을 말하는데, TPU 같은 프로세서를 얘기하고 있다. TPU는 강력한 인공지능 서버 플랫폼인데 이것을 개발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이런 것을 우리 중소기업이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래서 인공지능 반도체가 아니라, 인공지능을 위한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해야 한다.”

이어 김 교수는 사물인터넷 시대에 각광받고 있는 센서도 마찬가지라고 예로 들었다. 센서나 시스템반도체와 같은 개별적인 개발보다는 이 둘이 결합된 고정밀 고부가가치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술력을 가진 국내 시스템반도체 기업이 융합 기술로 큰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스템반도체 기업 관계자의 토론에서는 좀더 현실적인 의견이 나왔다.  

발제에 참가한 캔버스바이오의 김산 이사는 “국내 팹리스가 대기업 한 곳에 납품하면 다른 곳에 판매처를 다변화하는 것이 힘들다. 칩을 구매하는 기업이 다양하지 않으면, 나중에 거래처가 끊길 경우 생존에 직격탄을 맞는다”며, “한국 팹리스는 칩을 개발해도 대기업하고 경쟁해야 한다. 결국 해외 반도체 기업과 경쟁하기도 벅찬 상태에서 국내 대기업에 밀려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국내 고객사라고 할 수 있는 대기업이 결국 경쟁사가 되어버린 시장에서 무엇을 위해 개발을 해야 하는지, 시장에 수요나 이득이 없는 상태에서 기술개발의 필요성 못 느끼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그는 한국시스템반도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엠데이터싱크의 정보선 이사도 국내 팹리스의 문제점으로 인력구조, 경쟁력 약화, 자금 및 기술지원 부족을 들었다. 대기업에 필요한 인력도 수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으며 이제는 중국과 비교해서도 경쟁 우위에 있는 제품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매우 큰 시장에 인력도 많다. 소재부터 부품 모듈, 완제품까지 수직 계열화하는 중국기업과 1대1로 이길 수 없다고 느끼고 있다. 기존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규아이템을 발굴해서 새로운 사업을 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는데 한계가 있다.” 정 이사는 이에 대한 원인으로 자금력이 약한 중소 팹리스 기업이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개발비를 감당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개발에 최소 2~3년에 10억 이상 투자 필요해

토론에 참가한 큐버모티브의 송봉섭 이사도 개발비 문제를 토로했다. 저렴한 IC를 개발한다고 해도 개발기간이 2~3년이 필요하고 제품화할 때는 최소 10억 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반도체 사업은 사업화까지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 기간에 사업실적을 확인하기가 힘들다. 이에 기존의 정부지원에서 소외되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처음에는 아이템이 좋아 창업한 기업들이 많지만 결국에는 자금이 부족해 고비를 넘기지 못해 문을 닫거나 회사를 넘기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송 이사는 “현재의 역량보다는 성장 잠재력 위주로 평가하여 (정부 지원) 업체를 선정해야한다. 또한 시스템반도체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있어야 한다. 시스템반도체 지원은 좀 파격적으로 최소한 2~3년에 10~20억 원은 지원해야 (반도체 개발에) 도움된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가한 이들 업계 관계자는 연약한 시스템반도체 기반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공공구매 확대를 통해 팹리스 기업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공통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에 박영선 장관은 총평을 통해, “이번에 발표한 중소기업R&D 지원혁신안을 보면, 기존에 1~2년 몇 억을 지원했던 것을 3년에 20억원 지원으로 확대하였고, 특히 기업이 실패하더라도 그 데이터가 축적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재기의 발판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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