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 참견 시점] 메탈 3D 프린팅, 먼저 만들거리를 만들어라
  • 2019-08-09
  • 전동엽 기자, imdy@elec4.co.kr


전기자 참견 시점


7월 16일 초저녁, 기자는 한국기계연구원에 두 번째로 방문했다. 국내 연구원 중 유일하게 메탈 3D 프린터를 개발하고 있는 3D 프린팅 장비연구실의 이창우 연구실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너무 늦은 시간에 방문해 인터뷰가 금방 끝나 버리는 건 아닐까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이창우 실장은 열정적으로 메탈 3D 프린팅 기술에 대해, 산업 환경에 대해, 정부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핵심은 “우리는 지금 3D 프린팅 기술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라는 것이었다. 기술 수준은 선도국에 비해 90% 수준 정도까지 올라왔지만, 정작 유용하게 쓰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대표적 사례인 GE가 디자인한 항공부품처럼 기존의 기술로 만들 수 없었고 효율은 뛰어난 디자인을 만들어야만 3D 프린팅의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 현재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3D 프린팅에 적합한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비슷한 상황은 우리나라 산업에서 종종 있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스마트폰이다. 삼성, 엘지가 세계적인 수준의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OS는 모두 구글의 안드로이드다. 하드웨어 기술에만 집중해 OS 경쟁에 뛰어들 적기를 놓쳤고, 현재 스마트폰 OS 시장은 안드로이드와 애플이 양분하게 됐다.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보지 못한 것이다.

다행인 것은 메탈 3D 프린팅 시장은 그보다 상황이 조금 낫다고 볼 수 있다. 이미 3D 프린팅 업체들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윈포시스 조재형 연구소장은 인터뷰에서 현재는 메탈 3D 프린팅을 통해 기존에 있는 부품을 그대로 찍어내고 있지만 새로운 디자인이 반드시 나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한국적층제조사용자협회에서는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인력양성에서도 상반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 이뤄지는 인력양성 교육 대부분은 3D 프린터를 다루는 ‘오퍼레이터’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오퍼레이터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새로운 디자인을 고안해낼 ‘디자이너’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창우 실장은 오퍼레이터는 ‘인력’, 디자이너는 ‘인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우리가 진짜 집중해서 키워야 하는 것은 인력이 아닌 인재라고 그는 강조했다.

무엇이 중요한지 알았으니, 이제 어떻게 할지가 중요해졌다. 디자인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방안에 대해 업계 전체가 고민해야할 시기이다. 이번에도 시기를 놓쳐버리면 한국은 외국의 디자인을 출력하기만 하는 프린팅 공장이 되어버릴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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