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노트] 좋은 법칙, 나쁜 법칙, 이상한 법칙

  • 2019-07-04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미국 에드워드 공군기지에 근무하던 머피(Edward A.Murphy) 대위의 실험은 번번이 실패하였다. 전극봉을 이용해 가속된 신체가 갑자기 정지될 때의 신체 상태를 측정하는 급감속 실험이었다. 무슨 대단한 오류가 있을까 했는데, 실험실패의 원인은 아주 사소했다. 한 기술자가 배선을 잘못 연결한 탓이었다. 이에 머피 대위는 말했다. “여러 가지 방법 중에 한 가지 잘못된 방법이 있는데, 꼭 누군가 그 방법을 되풀이한다.”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갈수록 꼬인다는 일명 [머피의 법칙]은 논리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이상한 법칙’이었다.

왜 하필의 법칙

뭔가 안 좋은 일을 맞닥뜨리거나 그것이 반복되면, 애꿎은 머피를 소환하던 때가 있었다. 일종의 경험칙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울 상암동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행사장에서 벌어진 일도 당사자들에겐 머피의 저주로 받아들여졌을 법하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 자율주행차를 실증할 수 있는 실도로를 마련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갔다. 실상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을 홍보하기 위해 자율주행차를 앞세운 이벤트였다.

이 상징적인 행사에 참여한 장관과 시장은 한 기업의 자율주행버스에 탑승했고, 이 버스는 운행 10분 만에 중앙선을 침범했고 장애물로 설정한 통제용 고무콘을 쓰러뜨렸다. 벌점으로 치자면 40점에 면허정지이다. 차량 내 탑재된 위성항법장치(GPS) 수신 장치가 일시적으로 불안정해지면서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제대로 받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업체 관계자들의 머릿속에는 온통 이런 생각이었을지 모르겠다. “왜 하필 이런 날에, 그것도 ‘윗 분’들을 태운 차에...” 같은 버스와 같은 기술로 수없이 실험하고 연습했을 텐데 말이다. 그들에게 그날 중요했던 것은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왜 하필’이라는 말이 적절했던 이상한 날의 이상한 법칙의 적용이었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스틸컷 (이미지 참조: 네이버영화 포토)
 
부작용의 법칙

머피의 법칙처럼 이상한 법칙이 있는가 하면, ‘나쁜 법칙’인 [부작용의 법칙]도 있다. 부작용의 법칙’은 물론, 뉴턴의 운동 제3법칙인 작용 반작용 법칙과는 관계가 없는 필자가 부르는 법칙이다. 어떤 일에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바람직하지 못한 작용을 부작용이라고 하는데, 살다보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엉뚱한 부작용이 반드시 생긴다는 법칙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첫 번째 열매라 일컬었던 비트코인이 가상화폐 사기에 휘말려 투기로 전락한 일은 첨단기술이 전혀 엉뚱한 길로 들어선 대표적인 부작용 법칙 사례이다.

그런가하면 자동차를 빌려 쓰는 방법 중의 하나인 카쉐어링에도 부작용의 법칙을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 한 차량공유업체는 자신들이 제공한 공유 서비스 차량의 운행거리가 0(제로)인 경우를 다수 발견했다. 차를 빌려줬는데 운행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알고 보니 차를 빌린 사람들이 공유 차량을 엉뚱한(?) 곳에 썼다. 운전하는 차량을 세워놓고 사무실 공간이나 휴식공간으로 활용했다는 것. 심지어 낮잠을 자거나 혼밥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운행거리에 따라 요금을 가산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게 됐다. 첨단 기술은 첨단의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부작용의 법칙은 ‘나쁜 법칙’이다.

지랄 총량의 법칙

최근엔 [지랄 총량의 법칙]이 지식사전(?)에 등재돼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구 법석을 떨며 분별없이 하는 행동을 속되게 이르는 ‘지랄’이라는 말이 있는데, 지랄 총량의 법칙은 사람이 살면서 평생 해야 할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의미란다. 사춘기 아이들의 ‘이유없는 반항’도 실컷 하게 내버려두어야 하지, 덜 하게 되면 나중에라도 하게 마련이라는 것. 이렇게 생각하면 질풍노도의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이 좀 편해진다나. 결국 지랄 총량의 법칙은 세상일이 공평할 수도 있다는 ‘좋은 법칙’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엔 수학 공식으로 설명하기 힘든 법칙이 많이 존재한다. 왜 하필이면, 다른 때가 아니고 그 때여야 했는지, 왜 하필이면 거기에서 부작용이 생기는지, 왜 총량의 법칙은 틀리는 법이 없는지 말이다. ‘이상한 법칙’과 ‘나쁜 법칙’과 ‘좋은 법칙’은 각각이 분명하게 구분되기고 하고 때때로 섞여 오기도 하니 그야말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실망은 마시라, 이상하고 나쁘고 좋은 법칙에 좌절하는 당신을 위해 사람들은 긍정적인 법칙을 만드는 일도 잊지 않았다. 이를테면 머피의 법칙과 반대되는 ‘샐리의 법칙(미국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유래)’이다. 계속해서 자신이 바라던 대로 일이 일어남을 뜻하는 법칙이다. 일이 순조롭게 된다는 의미이다. 본격적인 더위에 짜증도 나겠지만, 오늘 하루 기원해 본다, 당신에게 샐리의 법칙이 적용되길. 그게 인생의 법칙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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