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협동로봇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끝은 휴머노이드이다.

  • 2019-06-10
  • 전동엽 기자, imdy@elec4.co.kr


                              인터뷰 레인보우로보틱스 이정호 대표


카이스트 연구진이 개발한 휴보(HUBO)는 한국 로봇기술을 대표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자동차로 따지면 F-1 레이싱 머신과도 같다. 최정점의 로봇기술들이 한데 모여 두 다리로 걸으며 무게중심을 잡고 팔과 손을 이용해 물체를 들거나 조작한다. F-1의 첨단 기술이 하나 둘씩 실용차에 반영되듯 휴머노이드 기술도 파생되어 실생활에 활용되는 로봇이 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협동로봇이다. 우리나라에도 휴보를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협동로봇을 개발한 업체가 있다. 휴보랩 출신의 이정호 대표가 이끄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이다. 이정호 대표를 만나 국내 협동로봇 시장의 전망과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휴머노이드 분야 자체가 로봇분야의 정점에 있는 기술들의
조합이기 때문에 휴머노이드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로봇 기술을 발전시킨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Q. 레인보우 로보틱스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희 회사는 2011년도에 설립됐습니다. 카이스트 내부에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센터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2족 보행 로봇인 ‘휴보’(HUBO)를 연구하던 연구원 및 교수와 같이 공동으로 창업한 실험실 창업 기업입니다. 올해 전까지는 2족 보행 로봇이 저희 회사의 주 아이템이었고, 그 기술들을 바탕으로 좀 더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로봇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올해 신제품이 나오게 됐습니다. 이번에 출시하는 신제품은 협동로봇인 ‘RB5’입니다. 현재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며 나아가 올해 상장을 목표로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Q. 대표님을 비롯한 상당수의 연구원들이 휴보랩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2004년에 발표한 휴보(HUBO) 이후 레인보우 로보틱스에서는 꾸준히 인간형 2족 보행 로봇(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을 개발해 오신 것으로 아는데, 현재 기술력은 어느 정도인지,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저희가 바라보는 입장에서 가장 진보적인 로봇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라는 로봇입니다. 그 외의 모델은 저희와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희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에 준하는 성능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 정부과제를 받아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5년짜리 과제이고 올해가 3년차인데 아마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가 되면 아틀라스에 버금가는 플랫폼을 선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Q. 2015년에 열린 DARPA 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분야의 로봇 대회였습니까?
A.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사고현장에 나름 많은 로봇들이 투입이 됐음에도 실제 성과가 전혀 없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전 세계의 로봇공학자들은 ‘로봇기술의 한계가 이정도구나’ 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고, 로봇 기술의 향상을 도모하고자 대회가 열렸습니다. 대회를 주최한 기관이 미국 국방부 산하의 ‘DARPA’라서 DARPA 챌린지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대회에서 제안된 내용을 보면, 재난 현장에과 유사한 상황을 가정하고 그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8가지 과제를 로봇이 해결하는 대회입니다. 로봇의 형태는 제한이 없습니다. 다만 환경 자체가 사람이 생활하는 환경이다 보니 계단 등 장애물을 극복하기에 2족이 적합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참가팀이 2족 보행 로봇으로 참가한 것으로 알고 있고 저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8가지 과제는 인간이 수행하면 5분이면 끝낼 수 있는 유치한 수준이지만 로봇이 수행하면 40분 이상 걸립니다. 8가지 과제를 전부 완수한 팀은 3팀 밖에 없고, 그 3팀 중 저희가 가장 빨리 과제를 완료해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경쟁상대를 대기업이 아닌 추후에 몰려올
중국발 저가 로봇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충분하게 원가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그들과 경쟁할 수가 없다라는 생각으로
내재화에 굉장히 노력했습니다."



Q.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연구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요, 휴머노이드 로봇 업계의 (연구)동향은 어떻습니까?
A. 
휴머노이드 자체로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공학자들이 연구를 하는 이유는 인간들에게 윤택함을 주기 위함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지금 수준에서는 실생활에 활용하기는 힘든 수준입니다. 그러나 휴머노이드 분야 자체가 로봇분야의 정점에 있는 기술들의 조합이기 때문에 휴머노이드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로봇 기술을 발전시킨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저희도 마찬가지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면서 많은 기술들이 개발됐습니다.

그 기술들을 활용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협동로봇, 천문 마운트 시스템 등을 제품화하게 됐습니다.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면서 파생되는 기술을 가지고 우리가 사는데 있어서 좀 더 윤택함을 누릴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판단하기에 휴머노이드를 쓸 수 있는 시기는 빨라야 향후 10~15년 뒤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주 제한적인 환경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휴머노이드는 자동차 업계로 치면 F-1 레이스 같은 것입니다. F-1이라는게 엔진이나 미션 등 많은 기술들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또 파생시켜서 실용차에 적용시키고 있죠. 휴머노이드도 그런 역할이라고 보면 됩니다.

Q. 지난 3월에 열린 오토메이션 월드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닌 산업용 6축 협동로봇 ‘RB5’를 선보였습니다. 산업용 협동로봇을 개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로봇 산업에서 가장 큰 포션을 차지하고 있는게 바로 산업용 로봇입니다. 그러나 저희가 산업용 로봇 시장으로 들어가기에는 기존의 막강한 플레이어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과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는 게 사실이죠. 그런 찰나에 협동로봇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대두되기 시작했고,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스타트라인이 비슷해지게 되는 것이니까 좀 더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국내 대기업부터 유니버셜 로봇 등 산업용 협동로봇을 개발, 판매하는 업체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만큼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할텐데,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RB5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A. 
저희 제품의 강점은 싸고 좋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술의 내재화를 통해 실현했습니다.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국내에 협동로봇을 만드는 기업들은 핵심부품들이 다 자신들 것이 아닙니다. 모터, 감속기, 센서 등 주요 부품을 다 사오고 있고, 그나마 제어기 정도만 만들 수 있는 수준입니다. 반면 저희는 감속기를 제외한 부분은 다 저희의 자체 기술로 개발, 생산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필요한 부품을 생산하기 위한 장비도 저희가 개발해서 쓰고 있습니다.

그것이 다른 경쟁사들과의 차이점이자 경쟁력이라 생각합니다.
감속기의 경우도 자체 생산을 위해 계속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본적인 성능이 나오는 시제품을 만들어서 성능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2~3년 정도 꾸준히 연구해서 양산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로봇 원가의 7할이 우리가 핵심부품이라 말하는 감속기, 모터, 제어기, 센서류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부품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게 저희의 생각입니다.

특히나 협동로봇이란 시장이 열리게 되면 분명히 중국산 저가 로봇이 몰려올 것이고, 그 로봇들이 아예 상품성이 없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저희는 처음부터 경쟁상대를 대기업이 아닌 추후에 몰려올 중국발 저가 로봇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충분하게 원가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그들과 경쟁할 수가 없다라는 생각으로 내재화에 굉장히 노력했습니다.

Q. RB5의 성능은 어떻게 됩니까?
A. 
사람 팔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로봇 자체는 누군가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기계이기 때문에 명령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기능이 달라집니다. RB5는 사람의 팔 부분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되고, 손은 따로 있다고 보면 됩니다. 저희가 만든 핸드가 있긴 하지만 산업용 핸드가 아닙니다. 게다가 어플리케이션마다 필요한 그리퍼가 다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까지는 개발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휴머노이드로 시작을 했고,
그 끝도 휴머노이드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Q.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 공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로봇산업 분야 중 협동로봇 분야가 가장 전망이 밝을 것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아직 국내에서는 스마트 공장에 대한 움직임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시장에 대한 타겟팅은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A. 
국내에도 많은 움직임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인더스트리 4.0, 스마트 공장과 같은 개념들이 다 독일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기서 로봇은 한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비로소 로봇이 기존의 산업용 로봇뿐만 아니라 협동로봇까지 의미가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협동로봇은 활용처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거대한 공장들은 굳이 협동로봇을 사서 쓸 필요가 없습니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고, 소위 말하는 ROI가 큰 산업용 로봇이 훨씬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협동로봇은 그런 환경에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산업용 로봇이 활동하지 못하는 곳에 협동로봇이 활용될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중소 공장, 영세업자 등 기존 산업용 로봇을 도입하기에 자본이 부족하고, 공간이 협소한 업장들 말입니다.

물론 현재시점에서 가장 큰 사용처는 대기업일 것입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기존에 산업용 로봇으로 하지 못했던 작은 분야와 아직 기술력이 안돼서 사람의 보조가 필요한 프로세스에 로봇이 같이 들어가서 보조하면서 일하는 개념으로 활용될 것입니다. 중소한 업체의 경우 로봇을 도입하기에 돈이 많이 들어서, 혹은 어려우서 못쓴 경우들이 있으니 이런 업체들에게 활용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과 같은 환경에서 동작할 수 있다 보니 굳이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 시장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Q.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A.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은 꽤 큽니다. 전 세계 시장의 약 12%정도를 우리나라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60%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도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인구 밀도 대비 로봇의 대수가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나라의 로봇들이 우리나라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국내 기업들이 내재화를 하지 못하고 핵심부품을 사서 쓰다 보니 로봇팔이 비싸질 수 밖에 없습니다.

Q. 기술력의 차이는 연구개발에 달려있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국내 로봇연구는 카이스트가 가장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카이스트 출신이시자 휴보 연구 개발에 참여하신 입장으로 보시기에 우리나라의 국내 로봇기술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A. 
우리나라 로봇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있습니다. 응용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있는데 상대적으로 핵심부품 쪽에서는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제 조금씩 트기 시작하는 느낌입니다. 사실 정부에서 되게 오랫동안 지원을 해왔습니다. 비판도 많았고, 지원도 많이 했는데 아직까지 성과가 없기도 했습니다. 이제부터 성과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좀 멀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입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대비 기술력이 70%다, 80%다 이런 말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국에 1등, 100%가 아닌 이상 똑같은 레벨에 있는 셈입니다. 예를 들어 감속기를 예로 들면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만들고 있는 기업도 있습니다. 근데 이미 신뢰성 있는 기업들이 있는데 그걸 누가 사느냐 이거죠.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까 기술이 있어도 사업화가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Q. 국내 로보틱스 스타트업으로서 사업하는데 있어 어려운 점이나 제한되는 사항은 없었습니까?
A. 
굳이 로봇분야가 아니더라도 스타트업 하는 사람들이 다 어렵죠. 각자 다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겁니다. 저희는 운이 좋아서 투자도 받고 상장을 준비하는 상황에 있는 겁니다. 그런데 특정 분야를 떠나서 우리나라는 소위 말하는 ‘엔젤투자’라는 개념이 없는 것 같습니다. 금융기관의 기준으로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투자만 있지, 정말 새로운 걸 시도하거나 혹은 자기가 책임을 지고 일하는 행위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Q. 2족 보행 로봇으로는 투자받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A. 
그렇습니다. 누가 10~15년 뒤에 사용할지도 모르는 기술에 투자를 하겠습니까. 그런데 외국은 그렇게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Q.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산업용 협동로봇, 서비스 로봇까지 다양한 로봇을 개발하시고 계시는데, 이후 개발 예정인 새로운 분야의 로봇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앞으로의 개발 방향은 어떻게 됩니까?
A. 
이제는 협동로봇 개발이 완료돼서 응용 쪽으로 넘기려고 합니다. 다음으로 개발하려는 것은 모바일 플랫폼입니다. 물류와 조작을 같이 할 수 있는 플랫폼이 꼭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내에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닌 실외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본연의 분야로 돌아가서 2족 보행 로봇 플랫폼 개발을 이어갈 것입니다. 그게 아마 가장 큰 아젠다로 진행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KAIST에서 휴보와 관련된 많은 부분들을 가져오려 합니다. 가능하면 휴보랩의 학생들도 데려오고 싶고, 휴보랩에서 했던 연구들을 저희가 다 가져와서 저희 자체적으로 별도의 연구소를 세울 것입니다.

Q. 레인보우 로보틱스의 목표와 비전이 궁금합니다.
A. 
우리는 휴머노이드로 시작을 했고, 그 끝도 휴머노이드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타 로봇회사와는 다르게 핵심기술을 주도하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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