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Star] “사람 닮은 인공지능 개발이 목표, 사람 돕는 AI 될 것”
  • 2018-04-03
  • 김지은 기자, jenny.kim@elec4.co.kr

인터뷰 장병탁 교수, 서울대학교 인공지능 연구실
장기적인 계획으로 인공지능 개발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해야


전 세계가 인공지능 때문에 떠들썩하다. 이세돌 기사와 대결을 목도한 ‘알파고 쇼크’는 한국에서 더 위력적이었다. 이 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급속히 증가했지만, 우리는 과연 인공지능을 우리의 산업으로, 우리의 경쟁력으로 삼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본지 기획 시리즈의 첫 번째 순서로 국내 인공지능 학계의 대표적인 인물인 서울대학교 인공지능 연구소의 장병탁 교수를 만난다. 학계는 물론, 산업계와 정부를 오가며 인공지능기술 발전을 역설해 온 장 교수가 생각하는 한국 인공지능 현안은 무엇이고, 우리에게 인공지능의 미래는 무엇인지 물었다.

             
                                                          장병탁 교수 /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Q. 인공지능이 대세다. 특히,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이 큰 기여를 했다.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서 관련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느냐인 것 같다. 우리는 산업적 환경을 갖췄는가. 또는 사회적 인식이 충분하다고 보는가.

A. 먼저 인공지능의 사용 측면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컨수머 AI(일상에서 사용하는 인공지능)와 엔터프라이즈 AI(산업에서 사용하는 인공지능)로 구분한다. 컨수머 AI를 접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기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인공지능 자체를 미래지향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사실 컨수머 AI보다 인공지능이 더욱 필요한 부분은 엔터프라이즈 AI다. 현시점에서 엔터프라이즈 AI를 개발하지 않는다면 제조, 교육 분야에서 반드시 뒤처질 것이다.
 
Q.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산업 환경과 제도적 측면에서 우리는 인공지능 산업을 활성화시킬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가.

A. 인공지능도 크게 보면 소프트웨어 기술 중 하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약하다. 제조업이 강하기 때문이다. 사실 제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 큰 장점이지만, 그 점이 소프트웨어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 대기업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해야 하는데, 기업 내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아직도 제조업 쪽에 기울어져있다. 소프트웨어는 지식산업이고,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인정받기도 어렵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 시스템은 바로 눈에 보이는 결과를 원하기 때문에 짧은 투자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우수한 소프트웨어 개발은 어렵다.

하지만 이런 사회 환경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알파고’ 이후 (산업에) 지원이 많이 늘어났고, 학교에도 정부 지원이 많아졌다. 또 국내에 유능한 인재들이 많아졌는데 정부에서는 이런 인재들에게 투자하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한다. 정부에서 지원할 때 어느 정도 (연구를) 믿어주고, 연구자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나오게 한다.

캐나다의 경우가 그렇다. 오랜 시간 동안 인공지능 기초기술 연구에 몰두했고, 그 결과가 이제부터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근데 우리나라는 결과를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내길 요구한다. 기초 기반 기술들에는 잘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인공지능도 크게 보면 소프트웨어 기술 중 하나다.
우리나라 경제의 큰 장점인 제조업이 오히려 소프트웨어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
대부분 국내 기업은 바로 눈에 보이는 결과를 원하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은 힘들다
.”

 
Q. 아무래도 학교에 몸담고 있으니 교육과 인재 양성에 대해 더욱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A. 현재 우리나라는 인력이 부족하다. 인공지능 교육 준비가 열악하다. 그것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그래서 미국도 캐나다에서 인재들을 스카우트해오고 있다. 올해 서울대에 인공지능 교양과목이 개설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공지능을 연구할 수 있는 학생 정원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서울대의 경우, 정원이 55명으로 한정되어 있다. 필요한 인력은 점점 늘어 가는데 대학, 대학원 모두 정원 제한으로 수요공급 원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의 경우는 다르다. 인력 수요가 많으면, 그만큼 학생들을 많이 뽑을 수 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런 문제들을 다 생태계 문제로 봐야한다.

또 하나 문제는 우수한 인력들이 실리콘밸리의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기업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고, 짜인 틀에서 생활해야하는 국내 기업 환경을 불편해 한다. 아직도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들은 제조업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해 소프트웨어를 연구하는 학생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Q.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묻고 싶다. 인공지능이 직관과 감정에 의한 정보처리 시스템과 통계와 분석에 의한 시스템, 즉 듀얼 프로세스로 나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무생물체인 인공지능이 직관과 감정을 갖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인가.

A. 철학적으로 논하자면 잘 모르겠다. 그러나 감정을 가진 것처럼 흉내 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소통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머신러닝이 바로 이런 일을 한다. 옛날에 프로그래밍으로 인공지능을 다뤘을 때는 불가능했지만, 현재 딥러닝 기술로 가능해졌다. 스스로 학습해 발전하기 때문이다.

Q. 듀얼 프로세스와 카너먼의 이론은 무슨 관계가 있는가.

A. 듀얼 프로세스는 사람에게는 이성적 지능과 감성적 지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성적 지능은 이미 인공지능이 잘하고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감성적 지능이다. 알파고가 대단한 이유는 이성을 뛰어넘어 직관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바둑은 수가 너무 복잡해서 슈퍼컴퓨터로도 계산해내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확률 통계를 기반으로 결정을 하지만, 알파고는 감성적 직관으로 수를 뒀다. 다른 사람들이 두었던 수를 보고 따라하면서 기술을 익히고, 인간의 직관을 흉내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머신러닝 기술이다.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Danniel Kahneman)의 이론과도 연결된다. 카너먼은 사람의 마음에는 시스템1과 시스템2로 구성된다고 했다. 시스템1은 직관으로 순간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시스템2는 경제학적으로 계산하여 판단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30년간 시스템2를 계속해왔다. 계산하고 분석하는 것은 인간보다 더 잘한다. 나중에 연구하게 된 머신러닝이 시스템1이다.
 


사람에게는 이성적 지능과 감성적 지능이 존재한다.
이성적 지능은 이미 인공지능이 잘하고 있고, 문제는 감성적 지능이다.
알파고가 대단한 이유는 이성을 뛰어넘어 직관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Q.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일자리 걱정을 하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하고 우려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면서 마차와 마부가 사라졌다. 하지만 자동차와 관련된 신사업들이 많이 생겼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자율주행차의 개발로 차량관련 직업들이 사라지겠지만 거기에 따른 신사업들이 생긴다. 신사업에 대한 교육과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나서서 교육시키고, 이러한 변화에 대해 준비해야한다. 그러나 아직은 기술적으로 장애요인이 많아서, 인공지능으로 직업들을 대체할 미래는 멀었다. 이러한 기술적인 상황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의 걱정이 조금 앞서는 것 같다. 인공지능이 온전히 사람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저 업무 시간을 단축시키거나 효율을 높이는 정도일 뿐이다.

Q. 엘론 머스크와 같이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람들도 많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머스크가 우려하는 것만큼 인공지능이 위협적이지는 않다. 인문학자들의 우려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엔지니어들은 기술적으로 개발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인해 발생할 일자리나 사용 문제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하고 조심하는 일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회사들도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지구상의 모든 데이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리적, 제도적 측면에서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Q. 현재 연구하는 주제와 추구하는 연구 방향을 소개해 달라.

A. 추구하는 연구방향은 ‘사람을 닮은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이다. 뇌과학과 인지과학적으로 사람을 따라서 인공지능을 개발한다. 특히 시각능력과 언어능력의 결합이 중요하다. 보통은 두 가지를 별개로 보는데, 사실 따로 볼 수 없는 개념이다. 언어는 우리가 시각을 통해 받아들이는 것들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비디오 데이터를 학습하는 것이다. 비디오 데이터 안에 시각, 언어 내용이 다 들어있다. 기계가 비디오 학습을 통해 지식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제하에 로봇에 데이터를 집어넣고 있다. 로봇이 매체를 통해 학습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로봇으로 가정에서 집안일을 돕거나 아이들과 놀아주고, 노인들에게 자식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연구실 소개  서울대학교 인공지능 연구실
“ AI 연구, 아직 기대에 못 미치지만 그래서 기회가 더 많죠”
세계적 인공지능 대회에서 수차례 우승, 논문 발표 성과


서울대학교 인공지능 연구실에는 총 30여 명의 연구원이 있다. 현재 연구실은 인간의 생물학적 뇌과학 인지과학 연구를 기반으로 컴퓨터가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갖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연구한다. 연구실과 연구 생활을 소개해 준 연구원은 최성호(이하 컴퓨터공학과, Video Question Answering 시스템, 다중모달 데이터 모델링 연구), 온경운(지능 시스템을 위한 다중모달 지식 설계 연구), 이충연(일상에서 학습되는 인지 에이전트를 위한 기억과 사고 모델 연구), 허민오(영상과 글로부터 스토리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연구) 등이다.

Q. 연구실의 연구 접근법에 대해 좀 더 쉽게 소개한다면.

A. 과거에는 정보들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에는 한계가 있었고, 사람처럼 컴퓨터도 정보를 받아 스스로 학습하게 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발상이었다. 여기서도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는데, 한 가지는 사람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기위한 뇌과학적 관점이다. 또 하나는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심리학과 인지과학 쪽이다. 두 분야에 대한 연구에서 나온 이론과 힌트를 인공지능에 적용하였고, 최근 딥러닝이 이러한 연구 적용 사례다.
 
                                                                연구실 멤버인 최성호, 온경운, 허민호 연구원(왼쪽부터)


Q. 현재 진행 중인 과제 중에 소개할 만한 것이 있다면.

A. 스타랩(Starlab) 프로젝트가 있다. 해외처럼 국내에서도 스타랩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고, 현재 정부과제로 진행 중이다. 사람이 학습하는 것을 기계도 학습해야 사람처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이 접하는 정보와 환경을 기계에 학습시키기 위해, 정보 수집 센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스마트워치를 차면 그 사람이 어디에 다니는지, 무엇을 하는지를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웨어러블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로봇에게 학습시켜 사람과 같은 생활환경을 제공한다.

Q. ‘비디오 튜링테스트’는 무엇인가.

A. 튜링테스트(Turing Test)는 ‘컴퓨터가 인공지능을 갖췄는지를 판별하는 방법’으로 영국 과학자 앨런튜닝이 고안한 방법이다. 그런데 컴퓨터가 사람과 같은 인공지능을 가졌음에도, 사람인척을 하지 않으면 이 테스트를 통과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사람인척 하지 않고도 통과할 수 있는 비욘드 튜링테스트(beyond Turing Test)를 하고 있다. 튜링테스트에는 Visual Question Answering과 Video Question Answering 두 가지를 한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Video Question Answering을 이용해 인공지능을 스스로 학습하도록 만들고 있다.

Q. 자랑할 만한 대표적인 성과가 있다면.

A. 대회에서 수상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Visual Question Answering에서 1위를 했었다. 대회 이후 논문도 발표했다. 또한 로봇컵 엣홈(AT Home) 리그에서 1위를 했다. Video Question Answering 챌린지에서도 1위를 했다. 전 세계 연구진들과 함께한 대회에서 이런 실적을 거두는 것이 사실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연구진들과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런 성과를 일궈낸 것 같다.

Q.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싶은가.
A. 현재 인공지능 분야에 기회가 많다.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은 친구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쪽 분야에서 깊은 연구를 할 수 있는 회사가 국내에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은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어서 깊고 폭넓은 연구가 가능한데, 중소가업들은 공개된 데이터들만 쓸 수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하는 것도 어렵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 사실 개발하는 기술들이 사람들의 기대에 많이 못 미친다. 오히려 그런 점들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졸업 후에도 인공지능관련 산업이나 교육 쪽에 대부분 종사할 것이다.
<신윤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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