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사망자는 비행기 사고 수준, 안전성 검증 모델도 달라야

모빌아이,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검증 RSS 모델 제시
  • 2017년 11월호
  • 오민준 기자, mjoh@elec4.co.kr


모빌아이는 자율주행 안전성 검증에 적용할 사고의 책임소재를 찾는 수학적인 방법, 자율주행차 책임 소재를 없앨 수 있는 책임 민감성 안전(RSS) 모델을 발표했다.

자율주행차는 미래 사회를 바꿀 핵심 신기술로 손꼽히며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이 나서 기술 개발 등 시장 선점을 위해 대대적인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합의는 큰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문제 공론화와 논의 과정을 통한 명확한 합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선구자로 알려진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대표는 2017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방한해 10월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율주행차 사고와 관련해 사회적 합의를 할 때 유용한 ‘책임 민감성 안전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설명했다.



기존 방식으론 자율주행차 안전성 확보 못 해

자율주행차 업계에서는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안전성과 경제적인 확장성 확보를 꼽고 있다. 두 문제 중 먼저 해결해야 하는 시급한 문제는 바로 안전성 확보다. 자율주행차와 일반 차의 사고 발생하면 누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지가 명확해야 자율주행차에 대한 탑승자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만약 사고에 대한 책임을 자율주행차 제조사에 묻는다면 처리비용까지 부담하면서 사업을 진행할 자율주행차 제조사는 아마 없을 것이다.

 

암논 샤슈아 대표는 통계 기반의 안전성 검증 실험 방법이 자율주행차에 적용되기 어려운 것은 탑승자가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심리적인 안전성을 검증해 확보하는데 투입해야하는 시간과 자금이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에서 1년 동안 발생하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3만 5천 명인데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1/3 수준인 1만 명 수준까지 확보했더라도 탑승자들은 자율주행 안전성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고, 더불어 사고의 과실 또한 명확하게 밝힐 수 없어 안전성 의심은 계속된다는 주장이다.

 

모발아이는 탑승자가 생각하는 안전성 수준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는 수준인 연 30~40명 수준이라고 밝히면서 통계 기반의 안전성 검증 방법으로 이 정도 수준의 안전성 담보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주행해 사고가 발생하는 빈도를 따지는 방식으로 연 30~40명 수준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300억km를 주행해야 가능하다는 것이 모빌아이의 계산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400만 대의 자율주행차가 필요하고, 매일 20시간씩 도로주행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트래픽은 500만 페타바이트(1024테라바이트=1페타바이트) 수준에 차량 구매비, 컴퓨팅 처리 비용만 해도 2조 5천억 달러 이상이 필요하다. 추가로 사고 피해 정도를 가늠할 더미 인형 등을 생각하면 물리적으로 실현하기 어렵고 기업 수준에서도 도저히 진행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안전성 검증을 수학적으로 풀어낸 RSS 모델

모발아이는 사고 상황에 따라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에 집중해 자율주행차 안전성 확보 해결 방법을 찾았다.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가정한 후 자율주행차를 투입해 사고를 피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만들어 본다는 것이다. 이는 경우의 수를 따져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도로주행을 하게 만들어 사고를 예방한다. 도로를 주행할 때 주변 차와 환경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안전거리 확보 등으로 자율주행차가 아예 사고 책임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모빌아이는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확보 모델을 수학 공식을 바탕으로 만들었고, 이를 ‘책임 민감성 안전 모델(Responsibility Sensitive Safety model, RSS 모델)'이라고 한다. 이는 모빌아이가 앞장서 만든 자율주행차 사고 과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는 공개된 업계 표준 모델이다. 모빌아이만이 아닌 공개된 업계 표준이란 점에서 자동차 업계와 규제 당국이 함께 참여해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합의하자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모빌아이는 RSS 모델로 주변 차량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자율주행차에 의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상태’에서만 운행하게 하자고 주장했다.

모빌아이는 RSS 모델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했으며, 현재 협력 중인 24개 자동차 업체들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먼저 미국 정부와 공동으로 RSS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24개월 이내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럽이나 일본, 한국 규제 당국과도 협의를 병행할 계획도 밝혔다.

RSS 모델은 업계 모두에게 도움 될 공개 모델

암논 샤슈아 대표는 자율주행차 시대에 앞서 사고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으면 대량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이제 막 발표된 RSS 모델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또 모빌아이와 인텔만으로는 표준화에 성공할 수 없기에 함께 참여해 풀어나가기를 바랬고, 기업과 정부의 많은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RSS 모델 자체가 업계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암논 샤슈아 대표는 탑승자가 운전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5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차는 현실적으로 2021~2023년에 상용화가 되리라 전망하면서 아래 단계인 4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차는 BMW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를 통해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차와 관련해 연관성을 갖는 5G 이동통신과 관련해서는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파워가 중요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자율주행차에 있어 5G 이동통신은 의존적인 관계가 아닌 유용하지만 보조적인 개념이라면서 주행과 관련된 모든 결정은 차량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탑승자가 운행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4단계 또는 5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차의 등장까지 이제 5년 안팎의 시간이 남았다. 5년이란 시간은 생각만큼 길지 않으며 이미 단계를 나아가며 발전하고 있는 자율주행 관련 기술과 규범적, 법률적 문제들을 논의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 부족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이런 점에서 모빌아이가 이번에 화두로 꺼낸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확보와 RSS 모델은 더 늦어지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로 시기적절했다.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검증은 규제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보다 직접 차량을 만들면서 테스트를 진행해 관련 데이터가 많고 이해도가 더 높은 기업에서 먼저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논의를 쉽게 시작할 방법이었고, 모빌아이가 RSS 모델을 통해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제 한국도 RSS 모델을 포함한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확보할 수 있는 여러 모델을 논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이해당사자인 기업과 정부, 탑승자가 모두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자리를 빨리 마련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선진국과 비교해 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상대적으로 늦었기에 안전성 검증 합의에 속도를 낸다면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다.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기 전 게임을 유리하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라도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중요한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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