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로 시작해 센서로 끝나는 세상 ②

단 몇 개의 센서로 구현 가능한 스마트 홈
  • 2017년 10월호
  • 김영학 기자, yhk@elec4.co.kr


최근 인공지능 기반 음성인식 비서가 붐을 일으키고 있지만, 주위에 관련 제품을 구입한 지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스마트 홈을 구현하려면 간결하고 편한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스마트 홈(Smart Home)’이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무엇을 상상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올해 갑자기 붐을 일으킨 음성인식 스피커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가사지원용 로봇을 떠올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에서는 더욱 현실적이고 스마트한 방법으로 스마트 홈이 진행, 구현되고 있다.

보통 스마트 홈을 구축하고 싶다면 크게 2가지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 하나는 다른 스마트 기기와 연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집안의 모든 가전을 센서로 통합하는 네트워크로 만드는 것이다. 다른 스마트 기기와 연계하는 방법은 음성인식 스피커와 같이 다양한 방법으로 구현할 수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가전이나 가구 등에 IoT 기능이 탑재되어야만 가능하므로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센서로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 두 방법보다 더 쉽게 스마트 홈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됐는데, 그 중심에는 역시 센서가 자리하고 있다.



 

하나의 OS로 집을 통제한다

컴퓨터공학과 전기공학 박사인 스탠포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의 교수인 데이비드 체리턴(David Cheriton)과 인공지능 시스템 전문가이자 코넬 대학교(Cornell University)의 컴퓨터과학과 교수인 아쉬토쉬 삭세나(Ashutosh Saxena)가 함께 설립한 Brain of Thing(이하 BoT)는 스마트 홈 시스템인 ‘캐스파(Caspar)’를 개발했다. 데이비드 체리턴 교수는 1998년 구글(Google)을 창업한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 그를 찾아와 베란다에서 그동안 구상해온 사업 프로젝트 설명했다.

제자들의 설명이 끝나자 체리턴 교수는 당장 투자하겠다며 10만 달러짜리 수표를 꺼내들었다. 체리턴 교수는 약 3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BoT 이전에도 다양한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투자를 해왔다. 또한 아쉬토쉬 삭세나 교수는 머신러닝 및 로봇 전문가로, 인간의 미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로봇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로봇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캐스파는 단순히 IoT 기기를 연결한 것이 아니라 단일 플랫폼으로 가전과 주택환경을 상호 연동해 집안에서 생활하는 인간의 행동을 학습하도록 만든 것이 핵심이다. 캐스파는 과거 수첩, 시계, 워크맨이나 MP3 플레이어, 휴대전화가 각기 존재했던 것을 단번에 스마트폰에 집약되어 하나의 제품으로 탄생한 것처럼, 집안의 조명, 커튼, 가전 등 따로 존재하고 있는 사물들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어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지금까지 등장한 스마트 홈 시스템이나 기기들은 각기 다른 OS를 채택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제어하는 방식이어서 하나의 OS로 통합할 필요성이 끊임없이 대두되어 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삭세나 교수는 체리톤 교수에게 스마트 홈 OS 구상에 대해 상의했고, 두 교수는 뜻을 모아 2015년부터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주목해야할 점은 캐스파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캐스파는 IoT를 각각의 기기가 아닌 OS 측면에서 접근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각각의 기기에는 단일 플랫폼이 적용되게 되며, 사용자는 이 OS가 적용된 기기들로 구현된 스마트 홈에 입주해 별도의 단말기 조작 없이 캐스파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기기나 가전의 컨트롤은 미리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구현된 프로토타입 형태로 초기 모델을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거주자가 스마트 홈에서 생활하면 할수록, 즉 수동으로 스위치를 켜고 음성으로 지시를 하는 과정 속에서 캐스파는 머신러닝으로 거주자의 거주 행태에 맞게 시스템 제어를 변경 및 보완하게 된다.

즉, 캐스파는 집에 설치된 모션 비주얼, 음성, 온도, 습도, 조도, 진동 등 각종 센서를 통해 거주자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이를 기반으로 거주 행동을 학습함으로써 행동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주거환경에 맞도록 각 기기의 자동으로 최적화된 동작을 명령한다. 특히 감지된 데이터는 머신러닝으로 분석하고 음성인식은 딥러닝(Deep Learning)을 사용하며, 최적의 동작은 게임이론을 사용해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저녁에 늦게 들어와 수면시간이 짧으면 평소보다 부드럽게 아침 조명을 조절하거나, ‘방을 밝게’라는 음성 명령을 들을 때 날씨가 맑으면 커튼을 열고 밤이면 조명을 켜는 등 각 환경에 따라 약 3,200만 가지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이러한 조합은 수억 가지의 패턴으로 이어지며 이를 학습함으로써 캐스퍼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가게 된다.

삭세나 교수는 AI가 스마트 홈과 연결되면, 거주자가 집 안에서 편히 머물 수 있는 사용자 경험뿐만 아니라, 집의 유지보수도 가능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즉 배관 결함이나 누수와 같은 보이지 않는 문제까지 관리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BoT의 캐스파는 현재 미국 내에 100개 이상의 도입 실적을 기록했으며, 부동산 회사들과 협력을 통해 2만 채에 도입될 예정에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기본 서비스를 50달러 전후로 스마트폰 요금제처럼 월정액으로 과금하는 형태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물론 옵션 선택에 따라 요금은 달라진다.

한국처럼 층간소음 문제에 민감한 아파트 환경에서도 캐스파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에를 들어, TV나 오디오의 소리를 스피커에서 규정 음량 이상으로는 높일 수 없도록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기계학습을 통해 어느 정도의 소리가 적당한 지를 분석하고, 분석이 완료되면 자동제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BoT가 만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AI 시스템 부분만이며, 조명, 가전 등의 하드웨어는 기존 기업이 개발한 것들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BoT의 시스템은 애플과 아마존의 음성인식 서비스와 호환되며, 필립스의 LED 조명인 휴(Hue)와도 연결된다.

캐스파가 주는 시사점은 가사지원용 로봇이나 추가적인 별도의 음성인식도 필요 없으며, 나아가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이나 태블릿, 스마트폰과 같은 단말기 역시 필요 없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평소처럼 생활하면 센서는 5초마다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고 AI는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학습하고 거주자에 맞게 기기들을 작동해 나간다.

 

또한 캐스파는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솔루션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센서는 거주자의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의 고령자의 건강이나 안부 확인에 활용이 가능하다. 실제 2017년 10월에 캐스파를 적용한 고령자용 아파트가 오픈할 계획에 있다.

모든 기기가 연결되는 IoT와 AI 시대에 가전의 IoT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특히 아마존, 구글, 라인 등은 가정용 음성인식 기능이 탑재된 기기를 속속 출시하고 있으며, 애플은 홈 팟(Home Pod)을 발표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AI를 장치에 적용할지, 장소에 적용할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이르다. 또한 집안에 대량의 센서를 장착하는 것은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도 직결되는 만큼, 보안대책 마련도 중요한 이슈다.

한편 BoT는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캐스파 판매를 시작하면서 도쿄 신주쿠 숙박 체험형 전시실을 마련하고 에코라이프와 대리점 계약을 맺었다.


합성센서 몇 개면 온 집안이 스마트 홈

스마트 가전을 새로 구입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가전에 센서를 하나하나 연결하는 것도 꽤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카네기 멜론 대학교(Carnegie Mellon University)는 콘센트에 꽂는 것만으로도 방안의 가전이 스마트하게 변신하는 센서를 개발했다.

유비쿼터스 센서는 IoT와 거의 유사하게 보이지만,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연구원은 유비쿼터스 센싱(각 방을 위한 단일 범용 센서)이 스마트 홈 구현에 더 좋을 수 있다고 말한다.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서 개발한 플러그인 센서 패키지는 방 안의 소리, 진동, 빛, 열, 전자기 노이즈, 온도 등 다양한 현상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머신러닝 기술이 접목되면 이 센서 세트는 수도에서 물이 나오는 지, 전자레인지의 문이 열려 있는지, 또는 얼마나 많은 종이 타월이 배출됐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카네기 멜론 대학교 인간 컴퓨터 상호작용 연구소(HCII: Human-Computer Interaction Institute)의 제라드 라풋(Gierad Laput)은 “이 아이디어는 센서를 방에 꽂아 즉시 스마트 환경으로 만들 수 있다”며 “값비싼 스마트 어플라이언스(Appliance)를 구입하거나 모니터링하려는 모든 기기에 센서를 부착할 필요도 없으며, 유지보수가 어렵거나 주위 환경을 지저분하게 만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HCII 미래 인터페이스 그룹의 라풋과 공동 연구자들은 이 플러그인 센서 패키지를 ‘합성센서(Synthetic Sensor)’라 부르고 있다. 합성센서라 부르는 이유는 유닛에 탑재된 9개의 센서에서 얻은 원시 피드가 수십 개의 흥미로운 현상을 감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결합되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2017년 5월 10일에 덴버에서 개최된 ‘컴퓨팅 시스템에서의 인적 요인’이라는 컨퍼런스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라풋은 HCII 조교수인 크리스 해리슨(Chris Harrison), 연구원인 양장(Yang Zhang)과 함께 프라이버시 문제가 제기되는 카메라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사용가능한 다른 스마트 홈 기기에 사용되고 있는 센서만을 활용해 플랫폼을 구축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이러한 원시 피드를 다양한 이벤트와 객체를 식별할 수 있는 강력한 합성센서와 결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블렌더, 커피 그라인더 그리고 믹서를 소리와 진동을 기반으로 구별할 수 있다. 심지어 화이트보드에 쓰거나 지우는 것처럼 부드럽고 미묘한 소리도 감지할 수 있다.

합성센서는 기기의 사용여부를 기록하는 것 이상으로 활용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전자레인지 문이 열렸거나 닫힌 상태, 요리가 중단됐을 경우 전자레인지가 요리 과정을 완료했는지의 여부 등 기기의 상태를 추적할 수 있다.

라풋은 “수건 디스펜서(Dispenser)의 작동 여부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수건을 소모했는지 추적하고 필요할 경우 교체용 롤을 주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방이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을 때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아 물이 흐른다면, 스마트폰을 통해 경고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더욱 진보된 센싱 기술은 누군가가 잘 때, 샤워할 때, 스트리밍 비디오를 보거나 집을 나갈 때와 같이 인간의 행동을 추론할 수 있다. 이 프로세싱의 대부분은 자체 센서 플랫폼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상세하고 민감한 데이터를 전송하거나 기록할 필요가 없다.

또한 센서 플랫폼은 온수기 또는 난방이나 공기 조절 장치의 사이클링과 같은 다양한 현상을 인지하기 위해 수동으로 훈련시킬 수 있다. 라풋은 “인기가 많은 가정용 기기와 브랜드나 사무용품을 탐지하기 위해 센서의 사전훈련이 가능하기 때문에, 센서 플랫폼을 플러그인하자마자 즉시 작동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전기 소켓에 센서 플랫폼을 꽂으면 배터리나 별도의 배선도 필요 없어진다. 실용적인 문제 측면에서, 각 방에는 자체 센서 플랫폼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수백 개의 센서가 아닌 단지 몇 개의 센서로 가정의 감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각각의 센서 플랫폼이 다른 근접 센서와 통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가정에 센서 기술을 적용한다는 것은 안전, 보안, 모니터링, 인식 등 거의 모든 일상 생활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특히 스마트 센서 기술은 향후 수년 내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센서에 비해 시스템의 기능과 성능 향상은 물론이고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장착으로 스마트 홈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해진다.

유엔 보고서를 보면, 2050년까지 세계 인구의 66%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급격한 인구 증가로 도시 자산과 서비스의 효율성을 관리하고 개선할 필요성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견된다. 따라서 수백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모니터링하고 이들의 패턴을 분석해 서비스의 효율성 개선과 함께 쾌적한 도시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시티, 스마트 홈을 위한 센서가 크게 주목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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