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전자기기, 첨단 기술의 향연

4차 산업혁명, 의료 신기술로 질병을 지배한다
  • 2017년 03월호
  • 김영학 기자, yhk@elec4.co.kr


4차 산업혁명 중 현재 가장 뜨겁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은 제조현장과 사회뿐만 아니라 의료 분야에서도 꾸준히 접목되면서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많은 의료 기기에는 소프트웨어가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소프트웨어뿐이랴. 이미 전문 의료용이나 수술용 로봇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인공지능(AI)을 탑재한 기기와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의료 분야는 새로운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하기 일보 직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신개념 의료기기 전망 분석 보고서’에서 신개념 의료기기를 ‘신기술 도입 또는 선행기술들의 융합으로 기존 한계를 극복, 새로운 의료서비스를 창출하는 의료기기’로 정의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4차 산업형명의 티핑 포인트가 발생할 대표적인 기술로 3D 프린팅, 로봇, ICT(IoT, 웨어러블 포함) 등을 꼽고 있다.

 

식약처의 개념대로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융합된 제품, IT와 BT가 결합된 신개념 의료기기 등의 등장에 의해 다양한 기술의 융복합으로 지금껏 규정해온 의료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경계의 소멸은 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기존에는 의료 기술과 전혀 상관이 없었던 IT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해 헬스케어 분야로의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경계만 허물어진다면 지금껏 의료계에 몸담아온 전문가들은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료의 영역은 진단과 치료에서 항노화, 웰니스, 헬스케어, U-헬스 등 새로운 분야의 탄생에 의해 예방 및 관리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의료 영역의 확대는 IoT, 웨어러블, 이식기술, 컴퓨팅 기술, 커넥티드 홈, 인공지능, 로봇, 3D 프린팅 등의 기술 발전에 기인한다.



인공지능, 최고의 전문의 수준 구현 

인공지능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IBM은 2025년 전 세계 인공지능 시장을 2,000조 원으로 내다봤고,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30년 한국 인공지능 시장 규모를 27조 5,000억 원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인공지능은 이미 금융, 번역, 자율주행, 커머스, 게임 등에 적용되고 있다. 

의료 분야도 인공지능 도입에 적극적이다. 의료 분야를 타깃으로 시장을 빠르게 공략하고 있는 것은 IBM의 왓슨이다. 왓슨은 논문 등을 비롯한 수많은 의료 정보를 이해하고 추론·학습 과정을 거쳐 진화한다. 또한 최신 진료지침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분석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과 약제를 찾아낼 수도 있다.

IBM과 미국 최초의 암센터인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MSK)은 3년간 왓슨을 학습시켜 2014년 암환자 개개인에 맞춘 치료 계획을 내놨고, 의사들은 왓슨의 진단을 토대로 암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었다.

국내 의료기관 중 인공지능을 최초로 도입한 곳은 가천대학교의 길병원이다. 길병원은 2016년 9월, MSK에 의해 학습된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도입해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를 개소했다. 개소 후인 11월 14일, 복부 통증으로 대장내시경을 통해 대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왓슨 다학제 진료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전문 코디네이터와 전문의의 진료 후 의료진은 환자의 신체정보를 왓슨에 입력한 후 의견을 묻자, 왓슨은 불과 수초 내에 근거와 점수를 매겨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분류해 제안했다. 이 중 가장 점수가 높았던 약물 치료는 폴폭스(FOLFOX, 일반항암제)와 케이폭스(CapeOX, 일반항암제) 약물요법이었는데, 이는 기존에 의료진이 예상한 치료법과 동일한 결과였다.

가천대에 이어 부산대학교도 왓슨을 도입했다. 2017년 1월 24일, 한국IBM은 부산대학교 병원이 왓슨을 도입한다고 밝혔으며, 25일부터 내부 의료진과 왓슨 시연회를 갖고 본격적인 진료에 들어갔다. 부산대병원은 길병원이 도입한 왓슨 포 온콜로지 외에 ‘왓슨 포 지노믹스(Watson for Geonomics)’를 추가로 도입하기로 했는데, 이 인공지능은 의학 문헌, 의약품 정보와 함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치료법을 추천하게 된다.

IBM은 왓슨을 전문 의료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분야에도 활용하고 있다. 2016년 11월 테바(Teva)와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제휴를 맺은 바 있다. 테바는 신약 발굴 및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기술 플랫폼으로 ‘왓슨 헬스 클라우드’를 도입한 데 이어 최근 약물 용도 변경을 위한 재목적화 프로젝트를 IBM과 함께 진행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테바와 IBM은 재목적화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약물을 기존 약물보다 2배 정도 빠르게 개발하면서 가격은 50% 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테바 이외 다른 제약·의료기기 업체들도 IBM과의 제휴에 적극적이다. 일례로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는 개인맞춤 당뇨관리를, 메드트로닉(Medtronic)은 저혈당 예측 프로젝트를 체결했으며, GSK는 왓슨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감기 및 독감 바이러스의 활동을 보여주는 웹사이트 및 앱을 출시했고, 존슨앤드존슨은 IBM 왓슨을 활용한 개인맞춤 소비자 건강관리 코칭 앱을 개발 중이다.

또한 IBM은 2017년 2월 23일 왓슨의 인지 기반 컴퓨팅 기술을 이용한 ‘왓슨 클리니컬 이미징 리뷰’를 출시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엑스레이, 초음파, 개인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에게 맞춤형 진료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 특히 심장 이미지와 의료 데이터를 결합해 심장마비, 심장 근육 질환, 심부정맥 혈전증 등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정밀의료 및 치료 서비스 품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글 역시 의료 인공지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구글은 2016년 11월 29일 의학 학술 저널인 ‘JAMA’에 당뇨성 망막병증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구글의 인공지능은 안저 사진(Retinal Fundus Photographs)을 판독해 최고의 인간 안과전문의와 맞먹는 수준의 정확성을 얻었다.

구글은 ‘Deep Convolution Neutral Network(CNN)’를 이용해 12만 8,175개에 달하는 안저 이미지를 학습시켰다. 인공지능의 성능 검증 결과, 구글의 알고리즘이 매우 우수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으며 심지어 구글의 개발자로 유명한 제프 딘(Jeff Dean)은 당뇨성 망막병증의 판독에 대해 “기계학습 모델이 평균적인 안과전문의보다 뛰어났다”고 언급했다.

현재 의료용 빅데이터와 AI가 적용된 의료기기에 대한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식품의약품안전처) 기술을 보면, 왓슨처럼 논문 등 전문 문헌을 검색하는 시스템은 비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하지만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 진단 및 발생 확률 예측 SW, 심전도 측정 결과로 부정맥을 예측하는 SW, 폐 CT 영상을 분석해 이상 부위를 선별하는 SW는 의료기기에 속하는데, 국내 대표적인 스타트업인 뷰노와 루닛이 출시한 의료영상 기반 AI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한편 문헌에 제시된 공식을 이용해 인슐린 농도에 따른 약물 투여량을 계산하는 SW, 문헌을 요약해 제시하는 SW는 비 의료기기에 해당된다. 임상적 유효성 확인 방법은 제품 특성을 고려해 환자 의료영상, 생체정보 등 데이터 결과 자료로 인정한다. 제품 설계 변경 없이 데이터가 수정되거나 추가로 수집돼 제품 성능이 기존에 허가 받은 범위 내에 있는 경우 변경 허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의료기기에 융합되는 ICT 기술 

ICT의 발전으로 홈헬스케어, 개인용 스마트 의료기기 형태 등의 저변이 확대됨에 따라 환자의 생체정보를 의료기관이 아닌 환자가 직접 의료기관 서버에 전송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전송된 의료정보는 의료진과 환자가 공유하면서 환자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진단해 치료까지 가능하게 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식약처는 ICT 기반의 의료기기 기술을 크게 생체정보 감지기술, 생체신호 인터페이스 및 송수신 기술, 생체신호 처리기술, 생체신호 응용 및 통합 기술, 네트워크 기술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생체정보 감지기술은 사용자가 착용한 옷이나 휴대폰에 센서를 내장해 생체정보를 측정하거나 사용자가 생활하고 있는 주거 공간 내에 센서를 내장해 사용자의 의도적인 측정 없이 자연스럽게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는 기술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HP, MIT 등에서는 이미 스마트폰이나 착용식 컴퓨터와 통신이 가능한 원격 건강진단 시스템과 스마트 액세서리, 40여 가지의 생체 전기 신호를 측정, 분석할 수 있는 라이프 셔츠를 개발했다.

생체정보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웨어러블용 센서와 환경 센서가 필수적이다. 웨어러블 센서는 스마트워치, 목걸이, 반지, 가슴띠, 의류 등의 웨어러블 기기에 다수 탑재된다. 웨어러블 기기의 이슈와 트렌드에 대해서는 이미 본지에서 여러 번 소개했으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본지 2016년 11월호 특집, 2017년 1월호 특집, 2017년 2월호 Inside Market 참조). 환경 센서는 거울, 침대, 변기, 의자, 욕조, 칫솔 등 다양한 곳에 활용된다.

생체신호 인터페이스 및 송수신 기술은 RF MEMS 기술을 사용하는 추세가 증가하고 있다. RF MEMS 기술은 저가격, 낮은 삽입손실, 양호한 소자분리, 광대역 칩 크기의 소형화, 낮은 중량과 전력 소모, 단순한 회로설계 등의 장점이 있다. RF MEMS 기술은 록웰(Rockwell), 라데온(Ratheon), 지멘스(Siemens), 오므론(Omron),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 NEC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콜로라도 대학, 미시간대학 등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첨단연구기획청의 지원을 받는 많은 연구기관에서 활발히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생체신호 처리기술은 선진국의 경우 일찍부터 연구가 활성화되어 연구 결과를 바로 제품화하는 기술로 연결시키고 있으며, 대부분의 의료기기 산업체의 경우 부속 연구소를 통해 연구와 제품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연구, 개발, 이용, 개선, 응용 등 일련의 과정이 의학계, 공학계 및 산업체 간의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생체신호 응용 및 통합 기술은 미국의 경우 컴퓨터와 정보통신 기술을 의료분야에 접목시키기 위해 원격진료 분야를 다각적으로 응용의 범위를 넓혀가며 연구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군사용으로 주로 활용되던 위성통신의 발달과 개인용 무선통신의 확대는 원격 진료장치의 시공간상의 제약을 뛰어 넘어 단순 방사선 영상의 전송뿐만 아니라 의료용 동영상, 음성, 방사선 영상, 화상회의 시스템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의료용 멀티미디어 개념에 의한 원격진료 및 진단, 원격전문가 시스템, 원격교육, 원격병리 시스템으로 그 범위를 확대시켰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ICT 기반의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애플의 헬스케어 플랫폼인 헬스킷(HealthKit), 구글의 피트니스 플랫폼인 구글 핏(Google Fit), 마이크로포스트의 헬스케어 플랫폼 MS헬스(MS Health) 등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이외에 병원과 보험사, 정부 기관이 연계한 개인건강기록 서비스인 미국 보훈처의 블루 버튼(Blue Button)과 카이저(Kaiser)의 마이헬스 매니저(My Health Manager), 유전정보 기반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23엔드미(23andMe), 의학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웹MD(WebMD), 1,800여 개 이상의 질병에 대해 22만 명 이상의 환자들이 모여 관련 정보를 교류하는 페이션스라이크미(PatientsLikeMe), IBM 왓슨 솔루션을 도입해 건강보험 자료와 회사에 등록된 3,400만 명에 대한 환자정보를 통합·분석해 효율적인 환자치료법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한 웰포인트(WellPoint), 개인의 의무기록 관리를 통해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검사와 시술을 줄이는 헬스 매니저 시스템을 제공하는 도시아(Dossia) 등이 있다.

한국의 경우, 아산병원은 건강관리, 내 차트, 투약관리, 진료 서비스 기능, 건강 정보 등으로 구성된 건강관리 기능과 심혈관질환 발생확률 정보 등을 제공하는 모바일 개인건강기록 서비스인 ‘내손안의차트’를 개발했다. 또한 아주대병원은 2017년 1월 17일 국내 10여 개 병원이 의료정보 관련 국제 컨소시엄 오딧세이에 참가해 공동 데이터 모델(CDM) 적용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일부 병원은 데이터 표준화 작업을 완료했다. 표준화에 따라 의학적 지식 발견 속도, 신뢰성 등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데이터를 한 곳에 보관하거나 원본 데이터를 외부에 공유하는 개념이 아니라서 개인정보보호법에도 위배되지 않는다. 특히 아주대병원은 가천대 길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포함해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학과 CDM 변환 데이터 기반의 AI 기술 연구에 착수했다.

2017년 3월에는 비트컴퓨터가 LG유플러스와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HIS)을 출시한다. 비트컴퓨터는 2016년부터 EMR 솔루션에 대대적 기능개선 작업을 거치면서 클라우드 기능까지 접목했으며 2017년부터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막힌 원격의료, 해외에서 답을 찾다 

원격의료도 이슈다. 미국에서는 1993년 미국원격의료협회가 설립되면서 원격의료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원격의료는 현재 다양한 기업에 의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6건의 진료 중 1건이 원격으로 이뤄질 정도로 관련 시장 역시 매년 성장하고 있다.

미국 최초의 원격 의료회사는 텔라닥(Teladoc)으로, 환자가 언제 어디에서든 인터넷, 화상 통화, 전화 등으로 의사와 연결해 진료를 받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약 1,100여 명의 전문의와 의료 전문가들이 소속돼 있는 텔라닥의 가입자 수는 2016년 기준으로 1,750만 명에 달해 시장점유율도 70%에 육박한다.

텔라닥의 비즈니스는 B2B2C 형태를 띠고 있다. 즉 개인 환자에게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 해당 기업의 직원이 텔라닥의 원격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맥도널드가 텔라닥의 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맥도널드 직원들은 언제든지 필요할 때 텔라닥의 원격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후발주자인 스타트업 닥터 온 디멘드(Doctor On Demand)에는 1,400여 명의 의사가 등록돼 있는데 미국의 약 46개 주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진료비 40달러에 개인 환자가 직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정권이 교체됨에 따라 기존에 실시했던 오바마케어의 향방에 따라 원격의료의 성장 정도의 향방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미국은 의료정보 전산화(EMR)가 완료된 상태라 원격의료 시스템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상태다.

특히 최근에는 대형 드러그 스토어(Drug Store)나 월그린(Walgreen), CVS, 라이트에이드 월마트(RiteAid Walmart) 등의 소매상이 본격적으로 원격진료 시스템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오마마케어의 유지를 결정하게 될 경우, 원격의료는 더욱 활성화되면서 그로 인해 전자 프린팅, 현장 진단 등과 같은 타 산업의 부가가치 제고 효과가 높아져 제조업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에서는 의사-환자 또는 진료진-환자 간의 원격의료는 불법에 해당한다. 정부는 2016년 6월 22일 원격의료를 확대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제안했지만, 최순실이 개입해 특정 병원을 밀어줬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원격의료와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보건의료 관련 정책 추진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의료계에서는 동네 병·의원 도산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원격의료를 준비해온 기업들은 눈을 해외시장으로 돌리고 있다. 2017년 2월 19일 연세대학교는 비트컴퓨터와 함께 브라질 아마존강 원격의료 서비스 사업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시스템 공급을 담당하는 비트컴퓨터, 사업지원을 위한 코트라(KOTRA)와 함께 브라질 현지에서 현재 사업을 조율 중이며 구체적인 협의가 완료된 후 5월부터 원격의료 시스템을 공급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브라질 정부는 아마존강 일대에 거주하는 원주민의 건강관리를 위해 선박 형태의 이동형 병원을 만들고 원주민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을 거점으로 삼아 원격의료 서비스를 계시할 방침이다.

만지는 홀로그램 기술 등장 

홀로그램이나 가상현실(VR) 기술도 의료에 접목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4년(2012~2015년) 간 홀로그램 관련 특허는 343건으로 4년(169건) 전에 비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허출원된 홀로그램 기술은 주로 플로팅(Floating) 방식, 전통 홀로그래피 방식, 플라즈마 방식, 햅틱 방식 등으로 나뉜다.

플로팅 방식은 무대 앞에 반투명 막을 설치해 동영상을 투영하면 마치 반투명 막 너머 무대 공간에서 영상이 움직이는 것과 같은 시각적 효과를 응용한 것으로 현재 전시나 공연 등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다.

전통 홀로그래피 방식은 빛의 회절과 간섭 속성을 이용한 기술로,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방식은 디스플레이 화면에서 방출되는 빛을 조절해 공간상에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형태다.

플라즈마 방식은 오로라의 생성원리를 이용해 레이저빔을 공간상에 집중시켜 공기 분자를 플라즈마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빛으로 입체영상을 만들게 된다.

햅틱 홀로그램은 실제 사람과 서로 상호작용으로 교감하는 기술로, 삼성전자의 경우 공 모양의 홀로그램 영상을 손으로 누르면 공이 찌그러지는 과정에서 압력, 질감을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삼성은 센서와 압력감이나 진동, 열감 등을 느끼게 하는 장치를 신체 감각기관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햅틱 홀로그램 기술을 구현했다.

 

만약 의료분야에 홀로그램 기술을 적용해 X선이나 초음파로 촬영한 단층 사진을 실제와 가까운 모습으로 입체화한다면 의료기술은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AR 기반의 홀로그래피 통화 기술인 텔레프레즌스를 선보였다. 텔레프레즌스는 AR로 구현된 상대방의 3D 아바타와 마주하고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술로, 텔레프레즌스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이를 이용한 원격 의료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멀리 떨어져 있는 의사가 환자의 신체 기관 3D 데이터를 눈으로 보면서 진료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의료용 로봇 

최근 의료용 로봇 기술로는 자율 수술 로봇, 마이크로 로봇 등이 있다. 자율 수술 로봇의 대표적인 사례는 2016년에 등장한 ‘스타(Star)’다. 미국 국립어린이병원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타는 돼지를 대상으로 한 근육 등 연조직 봉합 수술 결과를 비교한 결과, 외과전문의보다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팔과 조직을 꿰맬 수 있는 자동화된 봉합 도구로 구성된 스타는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탑재돼 있으며, 수술 중에 3D 기술로 봉합이 너무 팽팽하거나 느슨하지 않은 지를 이미지화해 점검할 수 있다. 스타의 최대 단점은 아직 인간에 비해 수술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수술시간을 단축시켜 2~3년 내에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할 계획이다.

마이크로 로봇은 의료의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되고 있다. 센서, 모터, 액추에이터 등을 마이크로 수준으로 작게 만드는 것은 과거에는 불가능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나노 기술이 발전하면서 마이크로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으로 호주 멜버른 나노제조센터의 혈관 삽입용 마이크로 로봇은 외과 수술에서 국소 부위만 절개해 수술하는 최소 침습적 혈관 수술(MIVS)을 지원하며 뇌혈관 등 기존 기기가 들어갈 수 없었던 350 μm 굵기의 동맥까지 진입이 가능하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에서 개발한 망막병변 치료 로봇은 눈 속에서 수개월 동안 머물며 망막 병변에 걸린 환자의 눈동자 속에서 헤엄치며 망막을 만나면 로봇에 코팅되어 있는 약물이 망막에 녹아드는 방식으로 약물을 전달하게 된다.

2016년 7월 박석호 전남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항암제가 탑재된 대식세포의 이동을 자유롭게 조절해 암세포로 이동시켜 치료할 수 있는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면역세포의 일종인 대식세포에 자력을 띤 자성체와 항암제를 넣은 나노입자를 삽입하는 형태로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는데, 자성체가 있어 외부에서 자석을 갖다 대면 로봇을 체내에서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다. 연구진은 비커에 놓인 대장암과 유방암 세포주로 마이크로 로봇을 이동시킨 후 48시간 뒤에 암세포의 크기가 줄어들게 하는 데 성공했다.

2016년 상반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새로운 의료기기에 대한 승인 건수가 2015년 상반기 대비 감소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2017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수술용 로봇인 알프-엑스 시스템(ALF-X System)을 개발한 트랜스엔터릭스(TransEnterix)는 2016년 FDA로부터 수술용 로봇 시스템의 승인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알프-엑스 시스템은 로봇 팔에 카메라를 장착해 의사의 시선대로 움직일 수 있게 하고 수술 로봇이 닿는 부위의 촉감을 햅틱 센서를 통해 의사에게 전달하는 기술을 구현한 것이다. 설치 및 유지비용도 크게 낮춰 수술용 로봇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다빈치의 제조업체인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의 훌륭한 대안으로 꼽혔으나 결국 규제에 막히고 말았다.

그럼에도 의료용 전자기기 시장은 지속적이고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특히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electronics) 기술 발전은 질환 진단과 치료를 위한 삽입형 첨단 의료기기를 통해 신경전달 신호 등을 분석 및 조정하며 취약점을 개선하는 기술의 발전에서부터 수술용 로봇의 성능 향상을 통해 응용분야를 확대하는 것까지 다양한 시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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