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여는 미래의 의료
  • 2016-05-03
  • 김영학 기자, yhk@elec4.co.kr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대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분야가 의료 영역이다. 이미 인공지능을 의료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인공지능의 진가가 발휘되고 있다.
구글 산하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세계 최강 바둑기사 중 한 명인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4승1패로 승리했다. 이 장면은 대국을 지켜 본 바둑계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역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사건이었다. 그간 기계가 넘볼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겼던 바둑마저 더 이상 성역이 아님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일반인까지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인공지능 육성을 위해 지능정보기술연구소 설립을 비롯해 관련 기술 및 전문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 등에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표했다.


인공지능의 역습?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 바둑고수를 물리친 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떤 사람은 인공지능 기술의 괄목할만한 발전에 놀랐고, 어떤 사람은 인공지능의 ‘역습’을 떠올리며 놀랐다. 하지만 놀라긴 이르다. 인공지능이 풀어놓을 보따리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2016년 세계경제포럼의 주제는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였다. 포럼에 앞서 발표된 ‘직업의 미래(The Future of Jobs)’라는 보고서에서는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앞으로 5년 안에 710만 개의 기존 직업이 사라지고, 기존에 없던 새 일자리가 210만 개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대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 중에는 대표적으로 의료 분야가 있다. 인공지능이 의사 대신 질병을 진단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의사라는 직업이 없어질 수 있다는 섣부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연 가능한 얘기일까?
의사 아닌 의사 같은
일본 아사히신문은 최근 일본 연구진이 인공지능으로 의사의 진료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LSI메디언스, 도시바 메디컬 시스템즈 등 의료기기 제조업체 5개사와 지치의대는 환자의 증상 등을 입력하면 ‘화이트 잭’이라고 하는 인공지능이 환자의 증상과 과거의 진찰 내역 등을 바탕으로 유력한 병명과 그 확률을 계산해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제안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4월부터 지치의대 병원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운영 방식은 예진표를 소프트뱅크의 감정인식 로봇 페퍼(Pepper)에 입력하고 의사의 문진에서 환자의 증상 등을 전자의료기록 카드에 추가해 그 정보로부터 인공지능이 병명과 그 확률, 필요한 검사 등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의 특징은 인공지능이 하나의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질병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래에 로봇이 진찰실에서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알아듣고 의사 대신 진료기록 카드를 작성하는 것을 그려볼 수 있다.
인공지능의 의료분야 활용에 있어서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이미 암 치료 도우미로 맹활약하고 있는 IBM의 왓슨(Watson)이 잘 알려져 있다. IBM은 왓슨의 능력을 의료·헬스케어 분야의 경우 연구개발, 진단지원, 고객지원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개발에서는, 예를 들어 암 억제 유전자를 활성화 혹은 비활성화하는 유망 단백질을 찾아내는 것으로, 왓슨을 이용해 방대한 과학논문을 분석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또한 새로운 치료제의 효과를 시험하는 임상시험의 매칭을 지원하는 데도 사용된다.
진단지원에서는, 예를 들어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인 미국 MSKCC(Memorial Slone Kettering Cancer Center)에서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를 왓슨이 정리해 검사의 제안을 하거나 증례를 제시하면서 치료 방침을 제안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후보 중에서 실제 진단과 치료를 결정하는 것은 의사이며, 왓슨이 판단하는 근원이 되는 지식은 인간이 작성하고 있어 인간의 지식을 뛰어넘는 진단 및 치료 제안까지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IBM은 개인 의료 서비스 혁신을 위해 현재 왓슨을 기반으로 하는 대규모 헬스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의사, 연구원, 의료 보험회사, 의료 서비스 관련 기업들이 개인별 통찰력과 종합적인 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형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의 확산을 위해 IBM은 애플, 존슨앤존슨, 메드트로닉(Medtronic)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데이터 수집, 분석 및 피드백을 통해 소비자 및 의료 기기의 최적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헬스케어 분석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익스플로리스(Explorys)와 피텔(Phytel)을 인수했다. 지난 2월에는 의학전문 데이터베이스 기업 트루벤 헬스 애널리틱스(Truven Health Analytics)를 26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앞서 나가고 있다.
요즘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다음 목표는 의료·건강 사업 진출이다. 딥마인드는 알파고에 적용된 인공신경망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인공지능 ‘딥마인드 헬스’를 준비하고 있다. 딥마인드 헬스는 기계에서 수집한 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를 대신해 사람 몸속의 병을 찾아준다. 이미 앱을 통해 개인의 헬스 데이터를 제공받고 이를 분석해 추후 건강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SF) 메디컬 센터에서는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로봇이 약을 조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조제의 인위적인 실수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건비 절감이 가능하다. 인공지능은 증상과 약물의 작용에 대한 모순을 찾아내고, 함께 복용 시 약물 간 부작용의 체크를 통해 보다 정확하고 안전하게 조제를 한다. 그 정확도는 인공지능의 경험이 쌓일수록 높아진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인리틱(Enlitic)은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활용해 악성 종양을 찾아내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CT 촬영, MRI, 현미경 사진, 방사선 사진 등의 이미지에서 종양의 특성을 분석하고 유전자 정보와 결합해 단시간에 암을 진단하는 시스템이다.
이스라엘의 제브라 메디컬 비전(Zebra Medical Vision)도 마찬가지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CT 검사나 X선 사진 등의 데이터베이스로부터 대량의 익명 의료영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장의 CT 검사에서 질병을 특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벤처기업 센스리(sense.ly)가 개발한 인공지능 간호사 ‘몰리(Molly)’는 간호사의 아바타로 고급 음성인식 기능을 갖춰 환자와 음성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환자를 간호한다. 환자는 몰리의 지시에 따라 혈압을 재고 약을 복용하고 화상회의를 통해 의사에게 진찰을 받게 된다. 몰리의 주요 역할은 혈압 측정 및 원격진료의 일정관리다.
몰리는 음성인식 애플리케이션 ‘마인드멜드(MindMeld)’를 개발한 익스펙트랩스(Expect Labs)의 인공지능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마인드멜드는 2014년 출시되어 현재 1,500여 개 기업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음성을 이용한 내비게이션과 정보검색에 이용되는 음성인식 시스템으로는 최상위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인공지능 의료의 과제
인공지능 의료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디지털적) 질환에는 유효하지만 수치로 확인할 수 없는(아날로그적) 질환에는 서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혈압, 당뇨병, 지질대사 이상 등 수치로 정상과 비정상을 확인할 수 있는 질환이 있는 반면, 우울증, 정신분열증, 갱년기장애, 자율신경실조증 등의 질병이나 통증, 마비, 현기증, 피로, 냄새 등의 증상처럼 수치로 나타내기 어려운 질환이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의료분야에서의 활용은 수치로 확인 가능한 질환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젊은 의사의 육성 보조나 오진, 잘못된 치료 같은 실수를 방지하는 시스템의 하나로써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수치가 아닌 의사의 임상 경험과 환자와의 교감이 필요한 질환에 대해서는 인공지능이 의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의료 영역 확대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의료 행위를 하는 데 따른 윤리적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앞으로 많은 논의와 합의가 있어야할 문제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무조건 변화를 거부하거나 걱정만 할 때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의료 분야에서 인간을 위한 기술이 되느냐 아니냐는 인간의 몫이다. ‘좋은 인공지능’도 ‘나쁜 인공지능’도 인간이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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