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분투자 블랙홀, 한국 흡입 속도 빨라…작년 역대 최대
  • 2016-02-04
  • 김언한 기자, unhankim@elec4.co.kr



2015년 중국 자본의 한국 기업 인수 합병 및 지분 투자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기업 해외 진출 단계가 ‘자본 해외 진출 단계’에 진입한 만큼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는 올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 기업들의 인수 합병 쟁탈전이 치열하다.
자국 정부를 등에 업은 중국 국영 투자업체들은 합의된 인수 건에도 쉽사리 손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1월 합의된 것으로 알려진 온세미컨덕터의 페어차일드 인수가 그렇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화련그룹과 후아캐피탈매니지먼트는 단일 연합체를 구성해 온세미컨덕터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 높은 금액을 최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끝나기 전까지 해보겠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기업이 가장 눈독 들이는 사냥감이 바로 한국 기업이다. 
최근 중국의 인민일보(人民日報) 인터넷판 인민망은 2015년 중국 자본의 한국 기업 인수 합병 및 지분 투자 규모가 2014년과 비교했을 때 119% 급증해 사상 최고치인 19억 달러(약 2조 2,8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자본은 주로 지분 투자와 기업 인수 합병이라는 두 가지 경로를 거쳐 한국에 진출한다. 대표 표적은 바로 반도체 기업이다.


韓 전자산업, 중국 표적돼
중국의 한국 전자 기업 인수는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BOE에 의해 오래 전 불씨가 당겨졌다. 
최근 10.5세대 디스플레이 공장을 설립해 거물로 등극한 BOE가 2003년 국내 LCD 생산업체 하이디스를 인수한 사건이다. 표면 위로 떠오르진 않았지만 수면 아래서 중국의 인수 제안이 꾸준히 있어왔다는 방증이다.
최근 경계심을 발동시킨 것은 작년 10월 있었던 칭화유니그룹의 SK하이닉스 지분 인수 제안이다.
칭화유니그룹은 SK하이닉스 지분 15 ~ 20%를 인수하고 중국에 공장을 설립해 낸드 플래시 제품을 생산해줄 것을 제안했다. 
SK하이닉스는 이를 거절했지만 국내 전자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설상가상으로 때맞춰 중국이 국내 반도체 인력에 대해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한 것이 알려지면서 위기감은 ‘패닉’ 상태에 달했다. 한국 산업의 ‘쌀’인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빼앗길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중국 산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국의 전자 산업은 중국보다 앞서있는 것이 사실이기에 한국과 중국 간 관계로 볼 때 필연적으로 산업 이전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엔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산업을 이전했지만 최근 들어선 중국 기업들이 한국의 기술 자원을 찾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산업 이전 방식이 변화했다는 설명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란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中, 지분 매입 통해 이익 실현
중국의 인수 후보군으로 물망에 오르는 한국 기업은 주로 중간재나 부품 생산기업이다. 기술이 뛰어나고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으면서 유동자금이 부족한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다. 대체적으로 반도체, IT기업이 매력적인 표적이 된다. 
저평가된 기업에 대한 지분 참여로 이익을 실현하는 것도 중국 기업 성장의 한 요인이다.
중국 텐센트의 카카오 투자는 중국 자본의 한국 시장 진출 방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저평가된 업체의 지분을 사들인 뒤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2012년 텐센트는 720억 원을 투자해 국내 메신저 업체 ‘카카오’의 지분 13.3%를 인수했다. 현재까지 10배 가량 이득을 봤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외에도 한국 전자 기업 지분을 보유한 중국 기업으로는 상해 유평 인베스트먼트, 베이징링크선테크놀러지 등이 있다.
현재 상해유평인베스트먼트는 한국의 미동전자통신의 지분 57.59%를, 베이징링크선테크놀러지는 한국의 로봇개발업체 디에스티로봇의 지분 40.52%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기업 해외 진출 단계가 ‘자본 해외 진출 단계’에 와있는 만큼 2016년은 작년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中 정부, 200억 달러 투자 
중국이 메모리 산업에서 한국과의 ‘기술 시차’를 어떻게 좁혀나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메모리 산업 강자 샌디스크를 최근 인수한 웨스턴디지털의 최대주주가 마이크론을 노렸던 중국 국영기업 칭화유니그룹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으로는 메모리 설계업체인 피델릭스를 작년 4월 85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인수 기업은 중국의 동심반도체였다.
작년 6월 중국 투자전문업체 영개투자유한공사 역시 제주반도체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최종적으로 계약은 무산됐지만 현재까지도 제주반도체는 중국 기업이 국내 반도체 기업 인수를 타진할 때마다 주가 강세를 나타내는 기업이다.  
제주반도체는 모바일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 판매하는 설계 전문 업체다. 중국의 야심이 식지 않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020년까지 200억 달러(약 22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정부 정책 중 해외 반도체 기업 인수가 핵심 사항으로 포함된 만큼 매물로 나오는 기업 모두가 표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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