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부동 퀄컴, 지배 구조 깨지나
  • 2016-01-08
  • 김언한 기자, unhankim@elec4.co.kr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태산반석으로 여겨졌던 퀄컴의 입지가 서서히 흔들리고 있다. 미디어텍을 비롯한 중화권 업체들의 굴기, 그리고 잇따른 핸드폰 제조업체들의 자체 AP 개발 선언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5년 2분기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에서 퀄컴(Qualcomm)의 AP 출하량은 3.5% 하락해 1억 4,700만 대를 출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의 영향으로 매출 역시 줄어 22억 2,400만 달러를 기록, 2014년 동기 대비 17.4%나 감소했다. 연이어 불어대는 중화권 업체들의 입김과 삼성이 ‘갤럭시S6’와 ‘S6엣지’에 자체 제작한 AP를 탑재한 것이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만의 미디어텍(Mediatek)은 2015년 2분기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에서 출하량이 3.6% 확대, 매출액은 22.4% 대폭 늘어 8억 8,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저가 제품 확대로 출하량이 늘어난 덕택이다. 미디어텍은 출하량 기준 세계 2위의 고지를 밟으며 퀄컴을 바싹 뒤쫓았다.
미디어텍은 올 2분기 경 하이엔드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AP ‘헬리오 X30’를 출시해 양사간 점유율 격차를 더욱 좁혀나간다는 방침이다.
헬리오 X30는 TSMC의 16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통해 제작되며, 저전력 DDR4(LPDDR4) 메모리와 유니버셜 플래시 스토리지(UFS), 4K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제품이다. 
미디어텍의 최고 운영 책임자(COO) 제프리 주(Jeffrey Ju)는 “미디어텍은 아직까지 고사양 플래그십(Flagship)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다”며 “퀄컴이 ‘스드래곤810’으로 빗어낸 실수가 자사의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지지 못한 만큼, 자사의 잠재력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퀄컴의 스냅드래곤810의 ‘발열’ 논란이 미디어텍 칩셋 제품에 대한 시장의 ‘대체 수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설명이다. 




자체 AP개발하는 제조사들
퀄컴의 스냅드래곤810은 출시 이후 발열 문제로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돼왔다.
삼성 측은 퀄컴의 ‘스냅드래곤810’의 성능 문제로 ‘갤럭시S6’ 시리즈에 제품을 채택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삼성은 자사의 ‘갤럭시S6’에 자체 모바일 AP인 ‘엑시노스’를 탑재했다.
삼성 뿐 아니라 LG와 애플도 자체 AP 개발을 선언하며 브랜드 가치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수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퀄컴의 AP를 채하기에 자체 AP를 제작·채용하면 제품 차별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 조달 비중 역시 높일 수 있어 매출 구조도 개선된다. 포화 상태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품 내재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LG전자는 ‘G플렉스2’ 이후부터 스냅드래곤810을 대체할 목적으로 스냅드래곤808을 채용해왔다. 또 과거 AP 전량을 퀄컴에 의존해온 것과는 달리 자체
바일 AP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개발을 통해 출시될 제품의 이름은 ‘뉴클런2’다. 인텔의 14나노 공정과 TSMC의 16나노 공정을 통해 제작된다. 고사양 핸드폰용으로 개발 완료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애플 역시 AP를 자체 개발하면서 삼성과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아이폰5의 AP는 애플이 자체 설계한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핸드폰 제조업체들도 이런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화웨이다.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자체 AP를 개발, 최근 공개했다. 새로운 플래그쉽 프로세서인 이 제품의 이름은 ‘기린 950’이다. 고성능 AP로 TSMC의 16나노 핀펫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샤오미도 마찬가지다. 자체 내지 공동 개발 형태로 AP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의 리드코어와 공동으로 14나노 AP를 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퀄컴이 올해 삼성전자 갤럭시S7에 스냅드래곤820을 공급하며 점유율 상승을 꾀할 것이지만 게임의 승패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갈릴 것”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텍, 中서 입지 강화 
현재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가장 많은 칩셋을 공급하고 있는 업체는 대만의 미디어텍이다.
지난 1년 동안의 점유율은 더욱 독보적이었다. 미디어텍이 옥타 코어 프로세서를 출시했을 땐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셋(600/800시리즈) 채용률과 두 배 가까운 차이가 났다. 
스위스 은행인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의 애널리스트 랜디 아브람스(Randy Abrams)는 “미디어텍 칩셋의 중국 스마트폰 채용률은 45 ~ 50%에 육박한다”며 “미디어텍은 중국의 기존 티어원 업체들과 현지 고객을 위한 전략을 집중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퀄컴의 시장 장악력은 ZTE, 쿨패드(Coolpad), TCL, 샤오미와 같은 중국 기업보다 훨씬 강하지만 중국 내 소규모 업체와 상표명이 붙지 않는 조립식 제품에서의 채용 경향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미디어텍의 점유율이 중국 내 소규모 업체와 조립식 제품에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시장 정체
퀄컴과 미디어텍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도로 치닫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이전처럼 기세를 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장은 2014년 27.5% 성장했지만 2015년 성장 전망치는 10.4%에 불과하다.
미디어텍의 최고 운영 책임자 제프리 주는 “핸드폰 산업은 이제 하향길로 접어들었다. 호황기가 다시 찾아올 것이란 기대는 있지만 이전과 같은 호화를 누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언젠가 핸드폰 산업에 호황이 다시 찾아올 때 우리에게 기회는 있다”며 “신기술로 인한 핸드폰 교체 수요가 나타날 것이며 자사와 퀄컴과의 기술력 차이는 현재 미미한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퀄컴은 스냅드래곤810에 대한 대안으로 스냅드래곤820을 지난 11월 10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최초 공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내년 초 출시될 샤오미의 ‘미5’가 스냅드래곤820을 최초로 채용한 제품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올 1월 CES 2016에 나올 가능성 역시 높게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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