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파괴되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

가상현실의 역사와 현재
  • 2015년 09월호
  • 편집부



타임지(the Times) 8월 특집호 표지가 가상현실로 장식됐다. 주인공은 오큘러스 리프트의 창업자 팔머 럭키(Palmer Luckey)다. 올해와 내년 IT 업계의 최대 화두가 ‘가상현실’이라는 방증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전 세계 가상현실 기기의 시장 규모는 2016년 1,400만 대에서 2020년 3,8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현실의 역사와 시장 동향, HMD 광학계 유형에 대해 알아본다.



“어느 날 장자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장자는 나비가 되어 꽃밭을 날아다녔다. 불현듯 잠에서 깨어보니 장자는 인간 몸을 가진 장자가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지금 장자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곤 꿈과 현실을 구분 짓는 것에 무의미함을 깨닫게 되었다.”

『장자』의 「제물론편(齊物論篇)」에 나오는 유명한 ‘호접지몽(胡蝶之夢)’ 이야기다.

기원전 2 ~ 3세기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도가 사상가 장자(莊子)의 호접몽이 2,300년이 지나 현실로 구현되고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공간이 실재인지 가상인지 분간할 수 없다. 가상현실(VR)이다.

가상현실 연구자들은 사용자가 현실과 가상을 분간할 수 없는 상태를 ‘가상현실이 완전히 구현된 상태’로 정의하고 이를 목표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완벽한 존재감에 이르는 ‘실재(Presence)’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인간은 존재감을 어떻게 느낄까. 과거 가상현실 연구자들은 이에 대한 해답을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 영역 ‘오감(五感)’에서 찾았다.
사람 신체에서 오감(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이 몰려있는 부분은 바로 머리다. 머리를 감싸 오감을 제어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연구가 시작됐다.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이하 HMD, Head mounted Display)의 출현이다. 


HMD의 시초 “다모클레스의 검”  

HMD 시스템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 사람은 미국의 이반 서덜랜드(Ivan Sutherland) 박사다. 1968년 ‘다모클레스의 검(The Sword of Damocles)’이라는 별칭의 HMD를 개발했다.

당시 이 장치는 양안 디스플레이와 머리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기계식 장치 등 단순한 구조로 구성됐으며, 허공에 몇 개의 선으로 이뤄진 입체 도형을 띄우는 것이 전부였기에 깊은 몰입감을 제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시스템 전반을 관통하는 메커니즘은 현재 개발 중인 HMD와 다르지 않다.

그는 1965년 이에 대한 사전 구상안으로서 ‘궁극의 디스플레이(The Ultimate Display)’라는 짧은 분량의 기고문을 발표한 바 있다.

“궁극의 디스플레이는 컴퓨터 내부에서 물질의 현존을 제어할 수 있는 방과 같은 공간이 될 것이다. (중략) 그 안에서의 총알은 치명적인 상처를 만들어낼 지도 모른다. 이 디스플레이는 앨리스가 걸어 들어갔던 ‘이상한 나라’일 수 있다.” 

컴퓨터 과학자로서 그의 글은 일종의 선견지명이었던 것이다. 



센소라마, 진동에 냄새까지 구현  

센소라마(Sensorama)를 최초의 가상현실 시스템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1950년대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새로 등장한 TV와 경쟁하면서 와이드스크린이나 3D 영화 등과 관련된 기술 개발에 열을 올렸다. 이 중 할리우드의 촬영 기사 모튼 하일리그(Morton Heilig)는 1956년 지금의 오락실 오토바이 게임과 유사한 센소라마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당시 25센트를 내면 맨해튼을 배경으로 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은 관람객에게 오감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양안식 3D 카메라 이미지를 와이드 앵글로 보여줬으며, 관람 좌석이 진동하거나 선풍기로 바람을 일으켜 냄새까지 구현해냈다.

하지만 당시 이 시스템의 미래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고, 재정적 지원이 이어지지 못해 추가 개발은 중단됐다.

이후 HMD 기술은 우주, 국방, 항공, 의료, 산업 등 특정 목적을 위해 제한적으로 활용되며 현대에 들어와 대중화 가능성에 빛을 보게 된다. 가상현실 구현의 핵심인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3D센싱, 강력한 컴퓨팅 파워가 갖춰졌기 때문이다. 
 

업체 간 경쟁 치열 2020년 1,500억 달러 규모

최근 영국의 투자은행 디지캐피털은 전 세계 가상현실 시장 규모는 내년 약 50억 달러 규모에서 2020년 1,500억 달러(약 178조 원) 규모로 대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미래 IT 비즈니스 중 가장 유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상현실 산업에 글로벌 IT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6월엔 가상현실기기 제조업체 오큘러스(Oculus)가 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 소비자 판매용 버전을 공개했다. 내년 1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가전업체 소니(Sony)도 가상현실 헤드셋 ‘모피어스’ 출시를 내년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삼성 역시 이에 대응으로 조만간 출시할 갤럭시노트5에 UHD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것임을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AMOLED는 가상현실 제품에 몰입감을 향상시키는데 적합한 디스플레이”라며 “향후 가상현실 관련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갤럭시노트5 출시를 기점으로 가상현실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역시 제품 개발에 본격 착수할 것을 밝힘에 따라 내년 상반기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까지 가상현실과 관련해 많은 인수합병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형 기업들의 행보에 따라 시장이 좌지우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화면 주사율과 해상도,개선 여지 남겨

그렇다면 현재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HMD는 어디까지 와있을까. 오큘러스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의 화려한 광고 영상처럼 현실과 가상이 완벽히 상호작용할까.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버전의 시제품을 착용해 본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개선사항 첫 번째는 부족한 몰입감인 것으로 나타났다. 몰입감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영상의 선명도다. 선명도는 디스플레이 해상도와 화면 주사율에 의해 결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용자가 가상현실 상황에 몰입되기 위해선 화면 주사율 최소 75 Hz, 디스플레이는 풀HD(1920 × 1080) 급의 요구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전했다. 화면 주사율 75 Hz는 1초당 75프레임 재생을 의미한다. 삼성의 ‘기어VR’의 화면 주사율은 60 Hz다.

무거운 무게도 지적 사항이다. 삼성의 기어VR은 무게가 약 300 g이다. 스마트폰을 장착하면 이는 더욱 무거워져 장시간 가상 환경에 몰입할 시 목과 어깨에 부담을 주게 된다.

한편, 구글 글래스의 대표적인 실패 요인인 ‘화면 지연’은 대부분의 기기에서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큘러스는 이를 0.005초로 낮춰 가상현실 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사용자 시선을 감지해 출력되는 영상 정보와 사용자 시선 간에 일정 범위를 초과하는 오차가 생기게 되면 이는 멀미를 유발한다. 보통 둘 사이의 차이가 0.02초를 넘어설 때 멀미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MD 광학계 유형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는 지는 감각에 전적으로 좌우된다. 시각은 감각들 중에서 가장 고상하고 가장 포괄적이기 때문에 시각의 힘을 향상시키려는 어떤 개입도 의심할 나위 없이 가장 실용적인 것이다.”

오감 중에 시각이 가장 중요하다는 철학자 데카르트의 말이다. 요지는 인간의 감각 영역 중 가장 많은 양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감각 통로가 시각이라는 것이다.

가상현실 연구자들 역시 이를 간파하고 가상 콘텐츠 환경의 몰입 환경을 위해 다양한 광학 모듈을 연구하고 있다.

광학 모듈은 개인 착용형 디스플레이 장치에서 가시화를 담당한다. 사용자 눈에 컴퓨터로 생성한 영상을 위치시키는 역할이다. HMD의 대표적인 광학계 유형으로는 ▲ 다중 렌즈형 ▲ 반투명반사형 ▲ 자유곡면 프리즘형 ▲ 피코프로젝션형 ▲ 광경로가이드형 ▲ 레이저스캐닝형 등이 있다.


다중 렌즈형과 반투명반사형

‘다중 렌즈형’은 헬멧 주변에 위치한 영상 이미지 출력 부분으로부터 광학계를 통해 눈앞에 위치한 반사경까지 빛의 경로를 유도해 투사하는 방법이다.

약 100 ° 내외의 넓은 시야각을 제공한다. 이 방법은 영상 원본의 크기에 대한 제약이 낮아, 고해상도 영상을 지원하고 상대적으로 넓은 시야각을 구현하기 용이했다. 하지만 다중 렌즈 사용에 따른 무게 증가와 구조의 복잡성 등에 한계가 있어, 군사 및 우주항공 훈련 분야에서 사용돼 왔다.

‘반투명반사형’은 시야각 확대를 위한 렌즈와 반투명 반사 거울을 적용한 광학계다. 40 ° 내외의 시야각을 제공한다. 다중 렌즈형과 다르게 복잡한 렌즈 구조를 사용하지 않기에 경량형 구조와 색수차(chromatic aberration)의 발생이 적어 선명한 영상 이미지 표현이 가능하다.


자유곡면 프리즘형과 피코프로젝션형

‘자유곡면 프리즘형’은 다양한 곡률 값을 가지는 자유곡면프리즘을 사용해 빛의 경로를 영상 출력용 패널로부터 사용자 눈까지 유도하는 광학계를 적용한 것이다.

광학 모듈의 단순화 설계가 가능한 방법으로 광학 모듈의 재질을 플라스틱 계열로 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모듈 당 40 ° 내외의 시야각을 제공하는 광학계를 타일(tile) 형태로 구성하는 경우, 넓은 시야각을 제공하면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HMD의 제작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피코프로젝션형’은 초소형 피코 프로젝션 패널을 눈 근처에 배치하고 반투명반사형과 유사한 단순 반사형 광학계를 적용해 사용자에게 영상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전체 무게를 수십 그램 이하로 구현할 수 있게 돼 가장 가벼운 개인 착용형 디스플레이 개발이 가능하다. 그러나 광학 모듈의 크기가 제한적이기에 약 15 °의 시야각을 제공할 수 있다.


광경로가이드형과 레이저스캐닝형

‘광경로가이드형’은 피코프로젝션형과 유사한 영상출력부의 이미지를 안경렌즈와 유사한 크기와 두께를 가진 광경로 가이드 광학 모듈을 통해 전반사된 빛이 사용자 눈까지 전달되는 방법이다. 안경과 유사한 디자인의 광학계 모듈이 얇게 제작될 수 있지만, 영상의 품질이 저하된다는 단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레이저스캐닝형’은 미세전자제어기술(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s, MEMS)기반의 스캐닝(scanning) 방법으로 안구 내부의 망막에 직접 영상 출력용 레이저 광원을 조사하는 방법이다. 사용 환경의 조명 조건에 대한 영향을 적게 받으면서 선명한 영상 이미지를 전달하는 장점이 있지만, 단순한 색상 표현 및 안전성에 대한 거부감으로 군사 및 산업용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 다양한 제품의 실용화 사례는 적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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